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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외자들> 개봉 후기

nerdite 2024. 9. 28.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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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국내 첫 개봉작으로 장 뤽 고다르의 작품을 처음 감상하게 되었다. 기대가 된다. 보고 난 후에는 이 영화가 1964년 작이라는 걸 간과하여 후회했다.

출처: 왓챠피디아

세 사람의 관계를 뭐라고 해야 할까. '오딜'의 전 애인이 '프란스'이고, 현 애인이 '아르튀르'인가? 두 남자가 '오딜'을 사랑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돈을 훔치기 위해 '오딜'을 이용하고, 사랑이라는 말을 너무 막 한다. 영화적 허용이겠지.

영어 학원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을 영어로 번역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후 돈을 훔치기 위해 긴 사다리를 타고 위로 올라가는 장면에서는, 마치 로미오가 줄리엣을 만나기 위해 올라가는 것처럼 보였다. 물론 관객이 느끼는 감정도 다르고,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목적도 다르다. 하지만 의도가 분명 있다고 생각한다. 충분히 겹쳐볼 수 있는 부분이다. 그래서 두 남자는 돈을 사랑하는 것 같다.

출처: 왓챠피디아

아무래도 누벨바그의 또 다른 대표 주자인 에릭 로메르가 생각나지 않을 수 없다. 누벨바그식 '얼렁뚱땅 사랑'. 어쨌든 사랑. 그래도 사랑. 이 영화의 결말까지 보면, 내레이션을 맡은 장 뤽 고다르 감독(전지적 작가 시점)이 이 영화를 대본의 시각화처럼 표현했다는 걸 알 수 있다.

1분간의 침묵 연출은 당시로서도 굉장히 파격적이었을 것이다. 60년 전 영화라 그런지 음향이 많이 안 좋아서 날카로운 소리를 감안하고 보던 중, 처음으로 조용해지자 이후 이 영화에 삽입된 모든 소리들이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또한, '프란스'가 침묵하자고 제안했지만 그것은 세 사람이 입을 다물자는 것이지 주변 소리를 제거하자는 뜻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세 사람에게는 1분 동안 주변 잡음이 굉장히 크게 들렸을 터. 그리고 세어보진 않았지만 침묵의 시간은 1분보다 짧았다.

출처: IMDB

세월의 흐름에 따른 민감한 행위, 연극 톤의 연기, 담배, 고전적 슬랩스틱('아르튀르'가 총에 맞아 죽는 장면) 등이 마음에 걸린다. 하지만 충분히 웃으면서 볼 수 있는 영화다. 특히 두 남자만의 유머는 굉장히 세련됐다.

그래서 제목은 왜 '국외자들'인 것인가. 국립국어원 검색 결과 국외자는 '일이 벌어진 테두리에서 벗어나 그 일에 관계가 없는 사람'을 뜻한다. 원제도 비슷한 뜻인 것 같다. 종반부에서 '오딜'과 '프란스'는 브라질로 떠난다. 아마 그들을 지칭한 것 같다. 아마 영화를 보고 난 후 머리에 가장 길이 남아야 하는 것은 돈을 훔친 사건이 아니라 그 사건에서 벗어난 자들이 아닐까 싶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래는 올해 CGV에서 에릭 로메르 감독전을 했을 때 본 작품들이다. 나는 <국외자들>보다 아래의 작품들을 더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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