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미언 셔젤의 두 영화는 모두 정말 인상 깊게 관람한 터라 이번에도 역시 기대를 했다. <라라랜드>와 <위플래쉬> 둘 다 꽤 오래되었지만, 그런 것 치고는 기억에 선명히 남아있는 상태다. <퍼스트맨>도 한 번 봐야 하는데...
초반 파티 장면에서는 <위대한 개츠비>가 생각나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두 작품 다 토비 맥과이어가 나온다. 캐릭터는 정반대.
2023.09.17 - [취미/영화] - <위대한 개츠비> 재개봉 후기
정말 멋지고 압도적인 영화다. 저번에 광음시네마에서 재개봉했을 때 보러 갔어야 했다... 마지막 몽타주를 꼭 극장에서 보고야 말겠다.
너무 정신없을 만큼 화려하다. 다만 그중에서 가장 빛났던 장면은 '잭'과 '엘리너'의 대화이다.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걸 감사히 여겨요. 당신의 시대는 끝났지만 천사와 영혼처럼 영원할 테니.
"당신이 죽은 후에 태어난 아이가 당신의 영화를 보고 당신을 친구라고 생각할 것이다"라는 말이 마음에 콕 박혔다. 이 말을 담아둔 채 엔딩까지 보다 보면, 위 사진처럼 '매니'와 '넬리'가 영원히 사랑할 것처럼 보인다.
스틸컷을 쭉 보다가 불현듯 떠올랐다. '맥케이'는 왜 분칠을 한 걸까? '시드니'는 분장용 코르크를 바르고 영화 일을 때려쳤지만, '맥케이'는 얼굴에 분칠을 하고 지금의 상황을 즐긴다. 둘은 대비되는 인물인 것이다. 둘뿐만 아니라, 영화에서 변화하는 시대에도 자신의 시대를 굳건히 지키는 사람과, 시대에 맞춰 나를 바꾸는 사람이 대비된다. 어떻게 보면 <미드나잇 인 파리>가 생각이 나기도 한다. '매니'는 꿈을 이루고 머리 스타일을 바꾼다.
'맥케이'의 LA 똥구멍은 앞에서 나온 파티장과는 확연히 다르다. 조명도 거의 없고, 지하로 한참 내려가야 한다. 음지의 자극이라... 요새로 말하면 뭐가 대응될까?
키노스코프는 파라마운트의 전신이다. MGM은 지금도 MGM. 이 영화의 배급사가 파라마운트인 것을 생각하면, 역사 영화라는 것을 곧바로 알 수 있다. 실존 인물에서 많이 차용한 인물 설정이기도 하고.
조명받지 못한 사람들은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른다. 촬영 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수많은 스태프들은, 러닝 타임이 긴 이 영화에서조차 애도받지 못한다.
디에고 칼바가 잘생겨서 넣어봤다.
남의 차를 타고, 남의 옷을 입더라도 꿋꿋이 살아 있던 '넬리'의 꿈이 그나마 고결하게 남을 수 있었던 최선의 선택일까? 시대의 변화에 따라가지 않은 인물들('잭', '넬리',...)은, 그 시대를 지킬 책무라도 타고난 것일까.
거의 처음으로 자극적인 장면들이 이해가 가는 영화를 만났다. 그것들을 고발하기 위한 게 아니라, 그럼에도 영화를 사랑한다는 헌사를 바치고 싶은 마음이, 풋내기 시네필로서 조금이나마 이해가 간다.
'잭'이 파티장을 떠나 위층으로 춤을 추며 올라가는 장면에서는 <라라랜드>에서 두 주인공이 춤을 추며 높이 올라가는 장면이 연상됐다. 이번에는 외롭고 쓸쓸한 장면이었지만.
'매니'가 '넬리'의 천한 모습들을 다 보고나서도 '넬리'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하듯, 데이미언 셔젤은 <바빌론>을 통해 영화의 천한 모습을 다 알고 있음에도 영화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하고 싶었나 보다.
아래는 이 영화에 나온 배우가 출연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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