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인물을 도구로 쓴다는 게 뭔지 알 것 같다. 모든 인물이 '개츠비'의 인생을 설명하기 위해 그 시공간에 존재하는 느낌이다.
인물들이 입체적이지 않다. '개츠비'는 내내 과거에 집착한다. 본인의 핏줄(과거)을 너무나도 바꾸고 싶어했기 때문에, 과거의 실수마저 용납하지 못한다. 핏줄 얘기가 나오지 <한 남자(2022)> 생각도 난다.
<한 남자> 후기는 아래 링크로.
https://nerdite.tistory.com/entry/%ED%95%9C-%EB%82%A8%EC%9E%90-%ED%9B%84%EA%B8%B0
'데이지'는 내내 이기적이다. 물론 '개츠비'도 매우 이기적이다. 하지만 '개츠비'의 장례식에 코빼기도 내비치지 않은 건, 본인 안위만 생각한다는 거고, 사실 사랑하지 않았다는 거다. 그래서 '개츠비'와 '데이지'는 5년 전에는 몰라도 지금은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는 게 내 결론이다. '개츠비'는 본인의 후회하고 지우고 싶은 과거를 바꾸기 위해 '데이지'에게 집착한다. '개츠비'는 '데이지'에게 본인이 주고 싶은 대로, 주고 싶은 만큼 준다. 사랑의 이기적인 속성을 드러낸다는 면에서 <투 러버스>가 떠오르기도 한다.
<투 러버스> 후기는 아래 링크로. 저번에 네이버 시리즈온 무료 영화에도 업로드됐었다.
'데이지'는 남편보다는 남편의 돈에 끌렸고, 같이 살면서 생긴 추억과 좋은 기억에 정이 붙었다. 그런데 비슷하게 돈이 많은 '개츠비'가 나타나자 한 순간에 이 남자와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냥 생각 없는 부잣집 딸래미 딱 그 느낌이다.
'닉'이 글을 잘 못 쓰는 것 같다... 화자가 너무 자주 나와서 몰입이 깨지는 것 같았다. 그래도 '닉'은 관객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나 역시 '데이지', '조던', '개츠비'와 다른 종족이다. 영화를 보면서도 그 많은 파티들에 질렸다. '닉'은 '개츠비'를 정말로 '위대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파티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을 합한 것보다 '개츠비'가 더 대단하다고 말한다. 나도 부분적으로 동의한다. '개츠비'가 '위대하다'고는 생각 안 하지만, 적어도 이 영화의 등장인물들 안, 1920년대 뉴욕 안에서는 'great'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
하지만 상기한 모든 것들이 다른 시각에서 보면 이 영화만의 느낌을 잘 살리는 장점이 되기도 한다. 다만 너무 화려해서 호불호는 있겠다. 내가 1920년대 미국 분위기를 잘 몰라서 공감하지 못했다. 그래서 덜 재밌었을 수 있다.
근데 머틀 남편은 어떻게 하인이 그렇게나 많은 개츠비 집에 총을 버젓이 들고 들어갈 수 있었던 걸까...?
결국 파티 참석자들 중 개츠비의 장례식에 온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파티 개최 목적도 모른 채 '그냥 재밌으니까' 온 사람들이다. 뭐든지 취해 있는 사람은 만나지 말자.
'개츠비'는 부패할 수 없는 꿈을 갖고 있었다. 부패할 수가 없다. 이뤄질 가능성이 없었다. 과거를 되돌리는 건 불가능하다.
3년 전에 대충 봤다가 이번에 재개봉으로 각 잡고 다시 봤다. 가진 내용에 비해 러닝 타임이 길고, 제작비도 막대하다. 그래서 또 다시 보고 싶은 영화는 아니다. 추천한 <한 남자>와 <투 러버스>가 훨씬 낫다. 하지만 이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그 공허감을 한 번 느껴봤으면 좋겠다. 특히 향락에 빠져있는 사람이라면 말이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원작 소설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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