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디션이 좀 안 좋았지만, 생각보다 무척 좋은 영화였다.
롯데시네마에서 'anniversary festa'라고 올드보이 20주년 기념으로 '올드 보이'와 '헤어질 결심'을 특별 상영한다고 한다. 영문판 포스터도 준다길래 망설임 없이 예매했다.
이야기가 꼬여있고, 엉켜있다. 카메라의 움직임은 마치 '해준'의 집 안에 있는 사진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는 듯이 줌인/줌아웃한다. 바다 위에서의 익스트림 롱 쇼트도 인상적이었다. 하나하나 왜 그랬는지 생각하면서 영화를 보니 후반부에는 두통이 왔다.
반복되는 대사가 많은데, 그 의미는 맥락 따라 인물 따라 달라진다. 서로 미묘하게 엉켜있다가 마지막에 끝내 해소되지 못하고 끝나는 게 좋았다. '매그놀리아'와 많이 다르지만 생각을 하다 보니 영화만이 보여줄 수 있는 스토리 흐름을 가진 것 같아 연상되었다.
슬픔이 파도처럼 덮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물에 잉크가 퍼지듯이 서서히 물드는 사람도 있는 거야.
이 영화에서 제일 좋아하는 대사다. 어떻게 보면 관객들도 이들의 사랑이 처음에는 그저 불륜처럼 느껴졌지만 점점 그들의 감정에 젖어들게 된다.
번역기, 애플 워치, 캘린더 높이 기록 기능 등등 갤럭시 유저인 나는 잘 모르는 신기술까지 포괄하는 영화다. 미장센이나 콘셉트, 카메라 움직임은 고전적인 느낌을 주면서 말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
- 공자
사전을 보니 지혜는 '똑똑함'에 가깝고, 어질다는 것은 '유덕하다'에 가깝다. '기도수'는 산을 좋아했고 산에서 죽었다. '송서래'는 바다를 좋아했고 바다에서 죽었다. 신과 바다로 1부 2부를 나누는 시각도 있었다.
벽지 다지인 진짜 잘했다. 저게 산인지 바다인지 모르겠다. 청록색이라서.
곰곰이 떠올려보니 생각보다 박찬욱 감독 영화를 많이 봤더라. '올드보이', '아가씨', '스토커'까지. 그 중 '헤어질 결심'이 가장 대중적이고 가장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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