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로메르 감독전의 5번째 작품. 'Six Moral Tales'의 네 번째 작품이다. 원래 다섯 번째 작품인 '클레어의 무릎'과 '해변의 폴린'까지 보려고 했으나, 너무 의무적으로 보는 것 같아서 그 돈으로 맛있는 거 사 먹기로 했다.
감독전 러시에 따른 권태와 '내 여자친구의 남자친구'가 너무 재미있어서 이번 작품은 그렇게 기대하지는 않았다. 재미가 없을 것 같았다기 보단 '내 여자친구의 남자친구'보다 더 재미있을 것 같지는 않았고, 결국 같은 맥락의 변주일 것이 보였다.
2024.05.18 - [취미/영화] - <내 여자친구의 남자친구> 개봉 후기
그래도 역시!! 이번엔 남주가 굉장히 매력있었다. 남주가 돋보였던 '비행사의 아내'의 '프랑수아'처럼 찌질하지만 다른 느낌이다. '프랑수아'는 생각이 많고 여자친구에게 집착했지만, '루이'는 본인의 원칙에 흔들림 없는 듯 말하면서도 행동은 여타 남자와 다르지 않다(오히려 더 가볍고 줏대 없다).
에릭 로메르 작품의 등장인물은 곰 type, 여우 type으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바보 같은 사람, 꾀를 내는 사람으로 말이다. 주로 여자가 여우, 남자가 곰으로 나온다. 이 작품도 그렇다.
본인이 남들에게 보이고 싶어 하는 모습과 실제로 행동으로 보이는 모습이 다를 때의 우스꽝스러움을 정말 잘 표현한다. 파스칼, 얀센주의 등등 나에게 외계어로 들리는 단어들로 사상을 늘어놓으며 결말을 아는 지금으로서는 그런 것들이 포장재로써 무슨 의미가 있는지 '루이'에게 묻고 싶다.
결말을 이제야 이해했다!! 역시 엔딩 장인... 고결하고 금발 머리의 가톨릭 신자인 '프랑수아즈'가 만났다는 유부남은 '모드'의 전 남편이었다. 서로 다른 이성을 만나고 있었기 때문에 '모드 부부'는 이혼을 한 것이지만, '루이'는 본인이 이상형이라고 상정한 존재의 타락을 만나게 되자 고민에 빠지는 듯했으나...
자연스럽게 5년 후가 나오고, '모드'가 '프랑수아즈'를 알고 있다는 점에서 퍼즐이 맞춰지게 된다. 우연으로 내 인생의 철칙을 짜 맞추려 했던 어리석은 '루이'...
이 영화에서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이 절대 문자 그대로 들리지가 않는다. 각자가 생각하는 사랑의 기준과 결혼의 기준이 다르고, 그 기준마저 무너지면서 능지처참된 가치 조각들이 흩날린 채 영화가 끝난다. 이런 영화를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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