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양의 최고작이라 불리는 <하나 그리고 둘>. CGV 에드워드 양 감독전을 맞아 감독의 전 장편이 (재)개봉했다. 보려는 계획은 투철했으나 예매와 취소를 반복하다가(피곤해서;;) 드디어 관람했다!! 감독전 1주 차 포스터가 소진 임박이었으니 1&2주 차 포스터를 한 번에 받으려는 속셈이었다. 물론 성공.
영화를 보기로 한 것도 역시 성공적이었다. 최근에 본 영화 중에 긴 편에 속했고, 특히 어제 본 <비포 선셋>(1시간 20분)에 비해 영화 전체의 호흡이 길어 적응하는 데 조금의 시간이 필요했다. 역시 아직 예술 영화에 완전히 물들지 못했다. 영화 덕후는 아닌 듯.
'양양'이 주인공으로 독보적인 분량을 차지할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아니었다. '양양'이 사진을 찍는 장면도 적게 나온다. '양양'이 카메라로 나머지 반쪽짜리 진실을 포착하기로 한 순간부터, 이후의 이야기에서 어떤 면을 포착하는지는 관객의 몫인 것이다.
등장인물이 여럿이고, 나름 복잡하고 발칙하게 얽혀있다는 점에서 <매그놀리아>가 떠올랐다. <매그놀리아>가 더 날카롭고 화려한 감동을 선사한다. 벌써 본 지 1년이 되었는데도 카메라 움직임과 배우들이 연기가 선연하다. 특히 '페티'와 '팅팅'이 나누었던 대화에서 "현실이 꿈이라면 연애소설은 왜 필요하냐" 등 현실적인 예술작품의 필요성에 대한 부분에서 <매그놀리아>의 "But it did happen."이 생각난다.
어떤 비현실적인 일이든 실제로 일어났다면 그것이 현실이다. 영화가 현실적일 필요는 없지만, 현실에서 '없을 법한' 이야기만을 예술 작품에서 찾는 것은 이상하다. 실제로 이 영화에서도 예로 들었던 연애소설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2023.06.30 - [취미/영화] - <매그놀리아> 재개봉 후기
요새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오프닝과 엔딩을 겹쳐 보는 습관을 만들려고 한다. 오프닝의 결혼식 장면과 엔딩의 장례식 장면에서의 '양양'을 각각 떠올려보면, 아이의 천진한 표현을 통해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프레임의 질감을 매만질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결국 길일에 이루어졌던 결혼식 이후 안 좋은 일의 연속이었다..
Point of view에 대한 이야기, 가족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파벨만스>도 떠오른다. <파벨만스>는 언택트톡으로 한 번, 왓챠 파티 해설로 두 번 본 영화다.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지만 '양양'이 필름을 들여다보는 장면에서 이 영화가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2023.03.26 - [취미/영화] - <파벨만스> 언택트톡 후기
'양양'과 'NJ'는 다른 인물들에 비해 대사량이 많지 않은 편이다. 누군가가 말을 많이 하면, 거기에 말이든 행동이든 대응하는 식으로 많이 나오는데, 그만큼 그들이 사건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중요하게 보면 좋을 것 같다.
가장 흥미로웠던 관계는 '팅팅', '리리', '페티'의 삼각관계이다. 친구의 남자친구를 만난다는 점에서 <내 여자친구의 남자친구>가 떠오르기도 했다. 본 영화보다 더 유쾌하고 재밌는 영화다.
2024.05.18 - [취미/영화] - <내 여자친구의 남자친구> 개봉 후기
마지막으로 궁금한 건 '오타'는.. 뭐하는 사람일까? 'NJ'와 서로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이것도 인물의 뒤통수인가?
우리는 '양양'이 찍은 뒤통수 사진을 보며, 영화가 거의 3시간 동안 보여준 각 인물들의 이면을 떠올릴 수 있다. 그러고 나서 극장을 나오면, 내가 볼 수 없는 나의 뒤통수는 어떻게 생겼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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