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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영화

<비포 선셋> 재개봉 후기

nerdite 2024. 8. 15.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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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봉 당일 후다닥 다녀왔다. <비포 선라이즈>를 매우 재미있게 보았고, 이동진 평론가님께서 5점을 주신 영화이기 때문에 꽤 기대를 했다.

2024.07.18 - [취미/영화] - <비포 선라이즈> 재개봉 후기

 

<비포 선라이즈> 재개봉 후기

볼 생각이 크게 없었다. 시놉시스를 보고 그렇게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았다. 운명적 만남을 그린 로맨틱하기 만한 영화일 줄 알았다. 그래도 유명한 '비포 3부작'이고, 에단 호크 배우를 좋아하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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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왓챠피디아

1시간 20분으로 러닝 타임이 매우 짧다. 그만큼 둘의 9년 만의 만남도 매우 짧았다. '제시'는 이미 결혼하여 아들이 있었고, '셀린'은 남자친구가 있는 상태였다. '제시'는 <비포 선라이즈>의 내용을 책으로 써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짧은 하루의 우연은 영원이 된다.

시놉시스에 있던 글이다. 둘은 1시간 20분 동안 9년 전의 만남을 회상하고, 왜 6개월 후에 만나지 못했으며,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정말 이게 전부다). 그러다 '제시'가 '셀린'의 집에서 머문 채로 페이드 아웃하면서 찝찝하게(?) 영화가 마무리된다. 결말을 이렇게 이상한 시점으로 한 이유가 무엇인지 매우 궁금하다.

그렇다고 헤어진 후 공항으로 가는 기차를 타며 끝나는 건 너무 뻔하긴 하다. 러닝 타임이 짧다는 걸 알고 봐서 그런지 '둘이 언제 헤어질까', '지금쯤 헤어지고 끝날 때가 되었는데'하는 생각이 영화 후반부를 지배했다. 결국 둘이 헤어질 듯 안 헤어지면서 최대한 끝까지 같이 있으려고 하는 것에서 묘미를 찾을 수 있었다.

출처: 왓챠피디아

역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셀린'의 집으로 가는 길에 차에서 서로의 솔직한 심정을 토하듯 이야기하는 부분이었다.  9년 전에 비엔나를 거닐며 했던 대화들, 재회하여 파리를 거닐며 했던 대화들(풍경과 어우리졌던 담화)과는 달랐다. 매우 현실적인, 30대의 식어버린 열정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였다. 한편 <비포 선셋>의 자동차(갇힌 공간)에서의 대화와 <비포 선라이즈>의 버스(마찬가지로 갇힌 공간)에서의 이야기를 대조해봐도, 많이 다르다.

영화 전체적으로 호흡이 좀 빨랐고 카메라 동선도 전작보다 좁은 반경에서 더 어지럽게 움직인 것 같다. 특히 초반부에 카페를 찾아가는 부분에서 그렇게 느꼈다. 하지만 그것을 쭉 따라가다 보니 각본가가 경탄스러울 정도로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찾아보니 감독, 에단 호크, 줄리 델피 세 분이 썼다. 이것마저도 마음에 든다. 두 배우의 실제 가치관까지 들어갔기 때문에 영화 외부적인 면에서도 사랑받는 것 같다.

식어버린 사랑에 대한 열정을 우리는 인정해야 하는가?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가? 20대에 체력으로 밀어붙였던 사랑과 현실에 부딪힌 30대의 사랑의 차이를 파리의 풍경과 함께 체험할 수 있었다.

출처: 왓챠피디아

전작과 마찬가지로 롱테이크 대화 장면이 촬영 기법 면에서는 제일 돋보인다. 두 배우의 자연스러운 합과 대화 맥락은 역시.. 이번에도 좋았다. 특히 전작보다 빠른 대화 흐름을 보이지만 <비포 선라이즈>를 본 사람이라면 전 이야기들을 이미 다 알고 있을 테니 따라가기가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 그리고 성관계 이야기를 정말 많이 한다... 이게 현실인 건가?? 잘 모르겠다.

생각보다 두 사람 모두 9년 전 그날의 기억을 너무도 세세하게 기억하고 있었고, 그날이 9년 동안의 인생에 꽤 많은 영향을 미쳤던 것 같다. <비포 선라이즈>만 봤을 때는 '후에 서로의 얼굴도 기억 못 할 정도로 잊히지 않을까' 싶었다(물론 3부작이 있는 걸로 봐서는 이미 아닐 거라 생각했지만). 그리고 여운이 너무 강해서 후속작들을 보기에도 망설여졌는데, '셀린'과 '제시' 역시 그날의 기억을 너무도 선연하게 가지고 있었다.

출처: 왓챠피디아

<비포 선라이즈>에서는 '제시'가 소년 같았다면, <비포 선셋>에서는 '셀린'이 더 어려 보인다. 결혼 여부의 차이인 건지, 직업의 차이(환경 운동가라는 전투적인 직업..)인지 모르겠다.

영화의 틀 자체는 매우 단순하고 흔할지 모르겠지만, 대사를 천천히 곱씹다 보면 왜 명작이라 불리는지 알 수 있다. <비포 미드나잇>은 어떨지.. 굉장히 기대된다. 아마 다음 달 이맘때쯤 재개봉할 것 같은데, 벌써 기대된다!! 이렇게 약간의 기간을 두고 차례차례 보니까 각 영화의 여운을 더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덕분에 <비포 선라이즈>와 <비포 선셋> 사이에 영화를 보고 싶다는 생각을 별로 안 한 것 같다.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과 에단 호크의 <보이 후드>도 보고싶어질 정도로 두 아티스트가 좋아졌다!! 참고로 줄리 델피 주연의 <세 가지 색> 3부작도 9월에 순차적으로 재개봉한다고 하니 이번 비포 3부작을 감명 깊게 본 사람(=나)이라면 이번 기회에 같이 관람하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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