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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후기

nerdite 2024. 12. 25.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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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나름 재밌게 보았고, <괴물>은 내 인생 영화이다. 퀴어 영화라고 해서 가산점을 주고 싶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는 특별함이 가미되는 건 사실이다. 오늘 본 영화도 그렇다.

출처: IMDB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시선'이다. '마리안느'는 그녀의 초상화를 그리기 위해 '엘로이즈'를 몰래 쳐다본다. '엘로이즈' 역시 '마리안느'를 쳐다본다.

당신이 나를 볼 때, 나는 누구를 보고 있겠어요?

위 대사 전부터 서로의 시선을 인지할 수 있고, 나도 모르게 숨죽이게 된다. 두 주인공이 서로를 얼마나 세심하게 관찰하고 있는지 함께 지켜보게 된다.

출처: IMDB

위 사진에서 보듯, 하녀가 수공예를 하고 있고, 아가씨가 요리를 하고 있다. 역할이 반전된 상태이다. 성별에 의한 억압뿐만 아니라 신분에 의한 억압까지 다뤘다. 사실 이 점을 제일 강조하고 싶다. '소피'의 낙태를 도운 것도 두 사람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역시 '에우리디케 신화'.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소피'는 오르페우스가 무책임하다고 말하고, '마리안느'는 오르페우스가 시인의 선택을 한 것이라 말하고, '엘로이즈'는 '에우리디케'가 "뒤돌아봐"라고 말했을 것이라고 한다. '엘로이즈'의 해석이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관점이 된다. 항상 남자가 주체로서 해석되던 신화를 뒤집이서 해석한 것이 매우 흥미로웠고, 등장인물마다 본인의 상황을 대입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출처: IMDB

결말은 음악만큼이나 강렬하고 직관적이다. '마리안느'는 '엘로이즈'를 재회한다. 비발디 사계 중 여름을 들으며 우는 '엘로이즈'. 과연 마지막에 '엘로이즈'는 '마리안느'를 쳐다본 것일까.

다만 시대상도 있고, 지금에서도 동성애 자만추는 매우 매우 어려울 텐데, 둘이 어떻게 사랑에 빠지게 되었는지를 이해하기가 조금 어려웠다. 이 역시도 이성애적 시선일 수 있다. 만약 둘이 성별이 달랐다면 두 인물이 서로를 보는 시선을 통해 100% 사랑이리라 확신했을지도 모른다.

출처: IMDB

오프닝을 상기해보면, '마리안느'는 '엘로이즈'의 자리에 서 있다. 아마 그때를 회상하고 있겠지. 옷도 '엘로이즈'의 것과 비슷한 초록색 드레스이다. 뒤에는 파란색 커튼. 그들은 시인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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