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광고형 요금제를 결제해 봤다. 유튜브의 미친 광고 시스템에 이미 익숙해진 터라 오히려 신선했다. 과도한 시청을 방지할 수도 있고, 커피 한 잔 값만 아끼면 한 달 동안 볼 수 있으니 완전 이득인 셈. 네이버멤버십으로는 월 4900원에 즐길 수 있다.
<이터널 선샤인> 각본가가 감독한 작품이라길래 많이 기대했다. 넷플릭스 결제 후 첫 영화라 그런지 넷플릭스 독점 콘텐츠를 보고 싶기도 했다.
영화관에서 봤다면 더 집중해서 봤을 텐데... 러닝 타임이 2시간이 조금 넘어 하루 걸쳐서 봤다. 그래서인지 몰입이 깨졌고, 영화 구조의 세세한 부분을 파악하기 힘들었다.
'제이크'와 여자친구의 이야기 중 교차로 나오는 정체 모를 할아버지가 사실 현실의 '제이크'라는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그래서 영화가 너무 어려웠다.
- 여자친구는 마치 할아버지처럼 안경이 없으면 글씨를 읽지 못한다. 그것도 눈이 침침한 듯 글자를 멀리 떨어뜨리고 보려 한다(노화로 인한 원시).
- 등장인물들의 정보가 혼란스러울 만큼 시시각각 변한다. 또한 엑스트라 인물들이 가상공간('제이크'와 여자친구)과 현실 공간(청소부 '제이크')에 각각 한 번씩 등장한다. 가상공간에서 '부르르' 직원들은 현실 공간에서 '제이크'를 비웃는 학생들이다.
- 청소부 '제이크'는 여자친구에게 "여기에 있으면 안전하다(살아 있다)."라고 말한다. 현실 공간에서는 ending things를 생각하고 있고, 망상 속에서는 모든 것이 안전하다는 뜻이다.
- "언제든 기차에서 뛰어내릴 수 있어."라고 여자친구가 말하자, '제이크'는 "달리는 기차에서 뛰어내리면 죽을 걸." 시간에 대한 가상공간과 현실 공간에서의 관점 차이가 드러난다.
- '제이크'는 여자친구의 생각을 항상 들여다보려 한다. 마치 언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알고 있는 것처럼, "I'm thinking of ending things."라고 말하면 "무슨 말했어?"라고 물어본다. 죽음의 문턱에서 망상 속의 자아와 계속 이야기하는 느낌이다.
- 여자친구는 "우리는 정지해있고, 시간이 우리를 통과한다."라고 말한다. 청소부 '제이크'는 달리는 기차에서 뛰어내림으로써(죽음) 정지 상태에 도달할 수 있다. 관성(시간의 흐름에 따른 죽음) 을 따르지 않을 수 있다.
이것 말고도 많겠지만, 내가 생각나는 건 여기까지다. 이것도 위키백과의 도움을 많이 받아서 내가 내 생각을 넣어 정리한 것에 가깝다.
아래에 '오레오 부르르' 픽셀 아트가 있다. 꽤나 귀엽다. 얼마나 달길래 바로 버린 것일까 궁금해진다.
https://x.com/andretellao/status/1429591671159799813
후반부에 뮤지컬로 장르가 바뀌는데, <보 이즈 어프레이드>에서 동화로 전환되던 것이 연상됐다. 둘 다 스릴러이기도 하고, 어두운 느낌이 비슷하다. 하지만 나는 <보 이즈 어프레이드>를 훨씬 더 인상 깊게 봤다.
2023.07.09 - [취미/영화] - <보 이즈 어프레이드> 언택트톡 후기
대사량이 굉장히 많은 영화다. 말을 많이 하지만, 그 내용이 곧이곧대로 우리에게 전달되지는 않는다. <다가오는 것들> 역시 인용된 많은 문학 작품들이 있다. 하지만 주인공의 인생과 곧바로 연결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고, 이 영화보다 (내용 이해는) 쉽지만 (철학적이라는 점에서) 어려운 영화다.
2023.08.03 - [취미/영화] - <다가오는 것들> 네이버 시리즈온 후기
당연히 <이터널 선샤인>도 떠올랐다. 사랑과 기억, 추억, 시간에 대한 이야기이다. 또한 크게 보면 삶의 미련을 다룬 두 작품이기도 하다. 다만 <이터널 선샤인>이 더 강렬하고 직관적인 방식으로 감동을 준 작품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 작품과 달리 <이터널 선샤인>은 사랑했던 현실 기억을 소재로 하는 것이니 더욱 몰입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한 인생의 뼈저린 후회와 미련들을 잔인할 만큼 적나라하게 나타낸 상상을 관찰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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