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나름 재밌게 보았고, <괴물>은 내 인생 영화이다. 퀴어 영화라고 해서 가산점을 주고 싶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는 특별함이 가미되는 건 사실이다. 오늘 본 영화도 그렇다.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시선'이다. '마리안느'는 그녀의 초상화를 그리기 위해 '엘로이즈'를 몰래 쳐다본다. '엘로이즈' 역시 '마리안느'를 쳐다본다.
당신이 나를 볼 때, 나는 누구를 보고 있겠어요?
위 대사 전부터 서로의 시선을 인지할 수 있고, 나도 모르게 숨죽이게 된다. 두 주인공이 서로를 얼마나 세심하게 관찰하고 있는지 함께 지켜보게 된다.
위 사진에서 보듯, 하녀가 수공예를 하고 있고, 아가씨가 요리를 하고 있다. 역할이 반전된 상태이다. 성별에 의한 억압뿐만 아니라 신분에 의한 억압까지 다뤘다. 사실 이 점을 제일 강조하고 싶다. '소피'의 낙태를 도운 것도 두 사람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역시 '에우리디케 신화'.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소피'는 오르페우스가 무책임하다고 말하고, '마리안느'는 오르페우스가 시인의 선택을 한 것이라 말하고, '엘로이즈'는 '에우리디케'가 "뒤돌아봐"라고 말했을 것이라고 한다. '엘로이즈'의 해석이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관점이 된다. 항상 남자가 주체로서 해석되던 신화를 뒤집이서 해석한 것이 매우 흥미로웠고, 등장인물마다 본인의 상황을 대입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결말은 음악만큼이나 강렬하고 직관적이다. '마리안느'는 '엘로이즈'를 재회한다. 비발디 사계 중 여름을 들으며 우는 '엘로이즈'. 과연 마지막에 '엘로이즈'는 '마리안느'를 쳐다본 것일까.
다만 시대상도 있고, 지금에서도 동성애 자만추는 매우 매우 어려울 텐데, 둘이 어떻게 사랑에 빠지게 되었는지를 이해하기가 조금 어려웠다. 이 역시도 이성애적 시선일 수 있다. 만약 둘이 성별이 달랐다면 두 인물이 서로를 보는 시선을 통해 100% 사랑이리라 확신했을지도 모른다.
오프닝을 상기해보면, '마리안느'는 '엘로이즈'의 자리에 서 있다. 아마 그때를 회상하고 있겠지. 옷도 '엘로이즈'의 것과 비슷한 초록색 드레스이다. 뒤에는 파란색 커튼. 그들은 시인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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