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타임이 긴 편이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시간이 빨리 간다는 것은 스릴러 장르만의 장점인 것 같다.
이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건
Always with water
'보'는 항상 물과 함께한다. 초반에 의사가 약을 주면서 물을 강조한 후 영화 내내 계속 눈에 띄었다. 약은 꼭 물과 함께 먹는다. 또 물길을 따라가다 보면 새로운 장소에 도착하고... 극중극에서도 홍수에 휩쓸려 가족이 해체되기도 한다.
가족에 대한 염세적인 시각
극중극에서 할아버지가 말한다. "평생 내 가족을 찾아 돌아다녔는데 결국은 외톨이"라는 식의 대사였다. 영화는 어렵고 내용 정리가 잘 안 되는 면이 있지만, 극중극은 좀 직설적인 편이라 유심히 본 것 같다. 이 영화의 축소판을 본 것 같기도 하고.
결국은 반복이다. 유전은 결국 반복. 내가 '유전' 영화를 안 봐서 잘 모르겠지만, 유전학을 배우는 사람으로서 가장 무서운 유전은 '사고방식의 유전'이라고 생각한다. '보'의 엄마도 그렇다. 자신의 엄마('보'에게는 할머니)에게서 받은 심리적 결핍을 '보'에게 물려주어 '보'는 정신병 증세를 보인다. 관객으로서 이것이 실제로 '보'에게 일어난 일인지조차 의심스럽다. 초반에 이웃이 시끄럽게 하지도 않았는데 쪽지 보낼 때부터 나는 불쾌감을 느꼈다. 내가 보고 있는 게 뭔지 모르겠어서 그랬던 것 같다.
극중극 초반에 양친을 잃은 남자가 사실 발목에 사슬이 채워져 있던 게 생각난다. 그 사슬을 도끼로 끊고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니, 그 사슬이 부모로부터 받은(혹은 느낀) 죄책감, 결핍들을 의미하는 것 같다. '보'는 끝내 끊지 못했던 그 사슬.
나는 저 버전의 포스터(첫 번째 사진)가 제일 마음에 든다. 우리는 영화에서 '보'의 환상인지 실제인지 모를 일들이 주욱 늘어서 있는 것을 감상하게 되는데, 결국 우리가 본 모든 것은 '보'의 머릿속을 거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언택트톡
재밌었다. 미국인 감독이다 보니 소통도 더 잘 됐던 것 같고, 평론가님께서 질문을 워낙 잘해주셔서 감독이 첨언할 말이 없을 정도였다. 영화 속 상징, 감독의 의도에 대해서 말을 최대한 아끼는 스타일의 감독이라 감독으로부터 이 영화에 대해 좀 더 깊은 이해를 얻기는 (기대보다는) 조금 힘들었다. 그래도 좋은 인터뷰의 예시를 본 것 같아서 좋았다.
하지만 나는 평론가 혼자서 언택트톡 진행하는 것을 더 좋아하긴 한다.
평소에 영화를 볼 때 몰랐던 배우나 감독 중 하나라도 본명을 알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다. 한국 영화는 이미 너무 잘 알아서 초반에 몰입이 잘 안 되는 측면이 있는데, 외국 영화는 알아도 알아도 끝이 없는 것 같아서 좋다.
CGV 톰 크루즈 특별전 때문에 최근 영화를 몰아서 많이 봤는데, 덕분에 좀 지쳤다. 아마 앞으로는 1~2주에 한 편 정도 볼 것 같다. 다음 영화까지의 기간 동안 본 영화만 생각하면서 살 것 같다. 여름 동안 내가 볼 영화는
- 디파티드(메가박스 워너필소)
- 조디악(메가박스 워너필소)
- 오펜하이머
요 정도..? 오히려 적다
10월달에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플라워 킬링 문'도 개봉한다던데 그것 역시 기대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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