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예능 및 영화 BGM의 교보재. 물론 이 영화가 오마주한 수많은 다른 작품들이 있지만, 그것들을 쿠엔틴만의 덕후력을 십분 활용하여 모아 놓은 작품이다. 뛰어난 오락 영화, <킬 빌>을 드디어 감상했다.
남자 간호사 '벅'으로 나왔던 마이클 보웬과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는 <장고: 분노의 추적자>에도 역시 등장한다. '타나카' 역으로 나와 '오렌 이시이'에게 목이 잘린 쿠니무라 준은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 '잉꼬대왕'의 성우를 맡았다. 주인공인 우마 서먼은 예전에 전 남편인 에단 호크와 <가타카>에서 본 적이 있다. 쿠엔틴 타란티노 역시 썼던 사람(?)을 다시 쓰는 데에 일가견이 있다.
2025.01.14 - [취미/영화] - <장고: 분노의 추적자> 후기
2023.11.06 - [취미/영화] -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후기
Revenge is a dish best served cold.
복수는 차가워야 제맛이다.
영화 처음에 나오는 격언이다. '더 브라이드'는 자신이 자비, 동정, 용서는 없지만 이성은 있다고 말하며 챕터마다 차가운 복수를 이어나간다.
제1장, '2'의 배경은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 임신한 자신을 죽여 딸을 죽인 것인 '데들리 바이퍼'의 전 일원이자 2번째 표적이다(그래서 챕터 이름이 '2'이다).
코드명 '코피 레드'인 '버니타 그린'은 4살 난 딸 '니키'를 키우는(브라이드 사건 이후 곧바로 조직을 나가 결혼한 듯하다) 주부이다. 여기서 그 유명한 사이렌 BGM이 나온다. '더 브라이드'는 미성년자를 죽이거나 그 앞에서 다른 사람을 죽이지는 않으나, '코피 레드'의 반격으로(시리얼 통 안에 총이 있었다) '니키'가 보는 앞에서 '버니타'를 죽이고 만다. 자신이 복수당할 여지를 남긴 것인데, 이게 훗날 <킬 빌 3>가 나온다면 나오리라 예상되는 이야기였다 한다. 쿠엔틴 타란티노 아저씨... 정말 은퇴하시나요?
제2장, 'The blood-splattered Bride'는 이로부터 4년 6개월 전, 텍사스주 엘패소에서 결혼식을 올리던 '더 브라이드'는 '데들리 바이퍼'의 습격으로 머리에 총상을 입은 채 4년 동안 코마 상태에 빠진다. 이때 '데들리 바이퍼'의 일원인 '엘 드라이버', 코드명 '캘리포니아 마운틴 스네이크'가 링거에 독약을 주입하러 등장한다. '빌'의 저지(우리답지 못하다는 판단... 꼴에 자존심은 있다)로 인해 목숨을 건진다.
그리고 코마에서 깨어나자마자 자신을 성폭행하려 한 남성을 죽이고, '벅'의 차량을 탈취하여 '데들리 바이퍼' 모두를 죽이기로 결심한다. 첫 번째 표적은 '오렌 이시이'. 큰 조직을 운영 중이라 가장 찾기 쉬웠기 때문이다.
제3장, 'The Origin of O-Ren'에서는 뜬금없이 애니메이션으로 '오렌'의 비극적인 과거를 보여준다. 왜 애니메이션인지는... 전혀 모르겠다.
제4장, 'The MAN From OKINAWA'에서는 '더 브라이드'가 일본 오키나와섬으로 가 '오렌'을 죽이는 경과를 보여준다. '오렌'이 이미 죽었다는 걸 알고 시작하는 것이고, 정황상 2부가 있기 때문에 남은 러닝 타임 동안 '더 브라이드'가 죽지 않고 어떤 액션을 보이며 복수를 하는지, 2부를 위해 어떤 이야기들을 남기는지가 중요하다. '핫토리 한조'의 제자였던 '빌'의 복수를 위해 '핫토리'가 한 달간 만든 칼을 수여받는다.
제5장, 'Showdown at House of Blue Leaves'에서는 명검 덕에 사람을 두부 자르듯 숭덩숭덩 베고, 칼마저 모조리 베어버린다. 칼빨과 운빨이 아니었다면 여기서 복수는 실패하지 않았을까. '오렌'은 5명 중 가장 기사도 정신이 투철한 사람이다. 혈통 콤플렉스가 있긴 하지만, 다른 사람의 혈통을 조롱하는 말을 한 후 사과하기도 한다. 사무라이를 운운하더니 결국 사무라이 머리로 죽는다.
https://ko.wikipedia.org/wiki/%EC%B4%8C%EB%A7%88%EA%B2%8C
이런 옛날 동양 액션 영화를 잘 몰라서, 레퍼런스를 알고 즐길 수는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몰라도 노란 옷이 이소룡이라는 것쯤은 안다. 킬 빌 1부의 최종 보스인 '오렌 이시이'를 제거하기 위해 거의 100명에 달하는 사람과 칼싸움을 하는데, <장고: 분노의 추적자>에서 나온 것처럼 과하게 뿜어져 나오는 피가 잔인함을 오락으로 즐기도록 만든다. 게다가 아무리 잘 만든 칼이라 해도, 사람이 그렇게 쉽게 썰리진 않을 텐데, 그렇게 비현실적으로 연출을 한 게 B급 오락미를 증폭시켜 준다. 나랑은 안 맞는 것 같지만. 쿠엔틴 타란티노가 만들든, 누가 만들든 B급 오락영화는 그냥 그것일 뿐이다.
복수극 하면 생각나는 건 <올드보이>이다. 가장 비슷한 것 같지만 예전에 본 거라 리뷰는 따로 없다. <킬 빌>보다는 액션이 적고(액션 영화는 아니다) 우아하면서 잔인한 복수다. 이런 류의 액션을 좋아한다면... <소림축구>를 추천한다.
2023.09.30 - [취미/영화] - <소림축구> OCN Movies 후기
아예 일본 영화를 찾는다면, 총을 쓰는 <소나티네>와 <하나비> 또한 추천한다. 감독이자 주연인 배우의 혐한 논란이 있다. 공과 사를 분리하자는 입장이지만 이 얘기는 해야 할 것 같다.
2023.11.17 - [취미/영화] - <하나비> 네이버 시리즈온 후기
2023.11.07 - [취미/영화] - <소나티네> 네이버 시리즈온 후기
<무간도>도 재미있다. 액션은 덜하나 서스펜스나 엔딩에서의 충격이, 시리즈물보다 더 있을 수밖에 없다.
2023.09.26 - [취미/영화] - <무간도> 후기: 무간도 vs 디파티드
2023.07.10 - [취미/영화] - <디파티드> 재개봉 후기
사실 가장 생각나는 건 <원티드>였다. 솔직히 둘 다 B급인데 <킬 빌>이 왜 훨씬 더 찬사가 많은지 이해가 잘 안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