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네이버 시리즈온에 있던 영화 소개이다. 11월 9일까지 무료로 감상할 수 있으니 참고 바란다.
1악장 '폭력'
야쿠자들의 동경 생활은 비즈니스맨이나 샐러리맨들처럼 규칙적이며 사무적이다. 그중에서 무라카와는 눈 한번 깜짝하지 않고 사람을 기중기에 매달아 강물에 처넣는 프로페셔널한 야쿠자이다.
2악장 '순수'
그러나 야쿠자 집단의 내분으로 인해 오키나와 해변의 허름한 집에 머물게 된 무라카와와 그의 부하들은 천진난만한 동심의 세계로 돌아간다. 집안에서 한가하게 종이인형 놀이를 하거나 바닷가에서 스모를 하거나 권총으로 러시안룰렛을 즐기는 무라카와. 총격전의 상황이 지연되자 그들은 한밤중에 폭죽놀이를 하며 그 지루한 상황을 대신하기도 한다. 또한 무라카와는 해변에 구덩이 함정을 파놓고 부하들은 빠지게 하는 장난기도 가득하다.
3악장 '죽음'
야쿠자들의 음모가 비밀리에 진행되면서 낚시꾼으로 위장한 킬러가 오키나와 해변으로 찾아온다. 원반을 던지며 놀던 무라카와는 부하들을 잃는다. 이제 무라카와의 휴가는 끝이 나고 야쿠자 보스를 찾아간 무라카와는 무표정하게 총을 난사하는데.
영화를 보고 나서야 감독과 주연 배우(위 사진)가 동일 인물이라는 걸 알았다. 완전 천재였구나.
폭력 영화 전문(?)이라고 한다. 그중에 이 영화가 최고작으로 꼽힌다. 다른 영화는 안 봐서 모르겠다. 사실 액션 영화 말고 '기쿠지로의 여름'이라고 초등학생 때 도서관에서 상영해서 인상 깊게 본 적이 있다. 최근에 다시 보고 싶었는데, 감독의 다른 작품을 보게 되니 더 보고 싶어 진다. '기쿠지로의 여름'의 주연 역시 감독이다. 다재다능해서 좋겠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건 생각보다 야쿠자가 별 볼일 없이 논다는 것이다. 죽음의 최전선에서 생계 활동을 이어가는 사람들. 보면서 '인생 별 거 없구나'하는 생각, 더 고급스럽게 말하면 허무주의가 떠올랐다.
죽음을 두려워할수록, 죽고 싶어 져.
그래서 마지막에 '무리카와'가 자살한 것이 아닐까 싶다. 자신 옆의 부하들이 다 죽고, 죽음을 무릅쓰고 간 총격전에서 살아남았으나, 점점 더 죽음이 두려워지고 죽고 싶어진 게 아닐까?
또 독특한 점은 야쿠자와 상관없는 사람들이 총격전에 꼭 낀다는 것이다. 엘리베이터나 술집에서도 무고한 사람들이 총격전 후 황당하여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 신기하게 무고한 사람은 절대 안 죽인다... 의외로 청렴한 구석이 있다.
전체적인 스토리라인은 '한 번 손을 더럽히면 다시 깨끗해질 수 없다'는 전형적인 조폭 영화이긴 하다. 그런데 그거를 적당한 야쿠자 조직원들의 인간미(코미디)와 섞어서 보여주니까 엔딩에서 느끼는 감정이 달랐다.
사실 그 여자가 갑자기 빌런 역할을 할까 봐 무서웠는데, 비록 입체적이진 않지만 마지막 '무라카와'의 죽음에 얼어버린 누군가를 보여주기에 적당했다고 본다.
기중기에 사람을 매달아 고문하는 장면은 이 영화가 원조인 듯하다. 이렇게 죽음에 무감각해 보이던 사람이 부하를 잃고, 자신의 조직을 해산시키려는 의도를 알아채고 약간의 변화가 생긴 것 같다.. 이미 가까이 있던 죽음에 한 발자국 더 다가선 것이다.
근데 왜 킬러는 '무라카와'나 다른 사람들 안 죽이고 눈앞에 있던 조직원만 죽였을까? 그냥 경고의 의미였던 건가?
홍콩 누아르나 할리우드 액션이 내 취향이 아니라는 걸 이미 안 상태로 이 영화를 보려고 했기에 별 기대가 없었다. 하지만 살면서 본 액션 영화 중에 최고였다.
보통 액션이라고 하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타격감, 쾌감을 느끼도록 시퀀스를 짜겠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다. 이 영화는 총격전에서는 별로 긴장감이 없다.
그러나 평화롭게 놀고 있을 때 언제 낯선 사람이 올 지 모르고, 엘리베이터에서 언제 누가 총을 쏠지 모른다. 그런 긴장감이 굉장히 좋았다. 러닝타임이 짧지만 매우 강렬한 영화라 모두에게 추천한다. 이런 액션 영화라면 또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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