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하야오의 하위 호환이 신카이 마코토인 것 같다. 일본 애니메이션 특유의 감성과 그것의 기반이 되는 제작자만의 세계관이 있다. 본 작품 역시 그렇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마지막 작품이라 기대를 많이 했는데, 기존 지브리 작품들과 결은 다르지 않고, 깊이는 좀 더 있는 느낌이다.
영화를 보면서 줄곧 <판의 미로>가 생각났다. 공통점이 많다.
- 어떤 동물이 나타나 안내하는 것
- 아이인 주인공이 똘똘하고 정직한 것
- 새부모를 맞이함
- 다른 세계로 감
- 다른 세계의 금기를 깸
2023.09.05 - [취미/영화] - <판의 미로: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 네이버 시리즈온 후기
아래는 내가 영화를 보면서 들었던 궁금증이다.
나츠코는 왜 탑 안으로 들어갔는가?
'마히토'가 탑 안의 세계를 너무 궁금해하고, 자신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믿어서 그런 것 같다.
키리코가 마히토를 위해 쓴 책(「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의 내용은 무엇인가?
책 내용이 안 나와서 당황했다. 결국 관객들이 각자 생각하라는 거다.
큰할아버지가 쌓아놓은 탑은 무슨 뜻인가?
'악의가 없는 돌'이라는 말이 전혀 와닿지 않았다. '마히토'가 '나츠코'의 산실로 들어갈 때 주변 돌들이 지지직거렸다. 그 돌들은 '악의가 있는 돌'이다. 큰할아버지는 악의가 없는 돌로 탑을 쌓아서 세계를 만들라고 한다. 근데 이걸 앵무새 대왕이 부순다. 악의가 없는 돌로 쌓은 세계라고 하지만, 그 세계에 사는 개체들이 각자 그리는 세계가 있다. 그걸 벗어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생기면 사회 갈등이 생기는 것이다. 결국 탑 안이 세계는 무너지고,
탑 안의 세계는 어떤 곳인가?
와라와라는 각각 이승에서(탑 안의 세계가 저승이라는 건 아니다) 인간이 된다. 탑 안의 세계(이하 '그 세계')의 등장인물들이 이승에서 각각 '마히토'의 주변 인물이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현재의 이전 세계인 것 같다. 그런데 큰할아버지는 이승에서 그 세계로 건너간 동일 인물로, 특이한 경우이다. 그 세게에서 가장 높은 직급을 맡고 있는 듯하다.
또한 앵무새 인간(?)들은 이승에 나오면 평범한 앵무새가 된다. 어쨌든 나는 현재의 이전 세계로 생각하고 있다. 우주에서 날어온 탑이므로 시간적 왜곡이 있을 것 같다.
펠리컨은 선인가, 악인가?
펠리컨은 와라와라를 잡아먹는다. 곧 인간이 될 생명체들을 잡아먹으므로 그 세계에서 악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죽어가는 펠리컨의 고백을 듣고 생각이 좀 바뀌었다. 와라와라를 잡아먹는 건 그 세계에 물고기가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한다. 반면 이승을 보면 물고기가 진짜 많다.
할머니들은 인간인가?
딱 7명인 것도 뭔가 동화같은 느낌을 준다. 그래서 초반에는 수호신인가...? 생각했는데, 그 세계에서의 할머니 역할을 알고 나니 그냥 이승에서는 그냥 할머니들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앵무새가 뜻하는 바는 무엇인가?
영화를 보면서 가장 궁금했던 것은 왜 하필이면 '앵무새'인지이다. 확실한 건 앵무새와 '마히토'가 대비된다는 점이다. 앵무새들은 앵무새 대왕의 뜻을 전적으로 따르지만, '마히토'는 '진실된 사람'이라는 뜻으로, '나츠코'와 할머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 세계 속으로 들어가 금기를 깬다.
어느 세계가 더 좋은가?
가치 판단을 할 수 있는 문제인지는 모르겠다. 이승은 물고기는 많으나 그 세계에는 물고기가 없어 와라와라를 잡아먹고, 앵무새가 인간을 잡아먹는 것을 보아 먹을 것이 마땅치 않은 것 같다. 그런데 '마히토'를 생포하고 요리하려 할 때 스튜 재료는 다 있었는데...?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영화이다. 아마 이때까지의 지브리 영화 내용을 잘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지브리 정주행 한 번 하고 한 번 더 볼 계획이다.
신비주의 마케팅 예시는 처음 보는데, 이런 경우에나 쓸 수 있는 방법인 듯하다. 장인의 몇 년 만의 마지막 작품...
화제라 그런지 여기저기 해석 완결판!! 이런 게 많이 돌아다니는데, 그냥 본인의 시각을 믿었으면 좋겠다.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생각에 본인의 지분을 늘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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