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가장 놀랐던 장면은 놀이공원 앞에서 남자와 여자의 대화를 따라 하는 장면이다.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른 채 '애나'와 '훈'이 서로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특히 '애나'는 자신의 감정을 잘 나타내지 않았기에 더욱 기억에 남는 장면이다. 특히 회전목마 앞에 있던 남녀의 모습이 '애나'와 '훈'의 매치컷으로 변할 때를 기다렸다. 시각적뿐만 아니라 내용적으로도 쫓아가는 방향이 반대가 된다(남->녀=>여->남)는 걸 암시하기 때문이다.
기억에 남는 장면이 정말 많다. 그냥 잔잔한 멜로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김태용 감독 역량이 장난 아니다. 덕분에 <원더랜드> 개봉을 학수고대하게 되었다.
'훈'과 '왕징'이 싸우는 장면에서, '애나'를 포크에 비유해서 말하는 느낌을 받았다. '훈'은 '왕징'이 자신의 포크를 썼다며 싸움을 걸고, '애나'는 왜 이 사람('훈') 포크를 썼냐며 소리 지르고 울음을 터뜨린다.
보면 볼수록 <헤어질 결심>이 많이 떠올랐다. 언어가 안 통할 때의 미묘한 텐션을 이 영화에서도 느꼈다. '훈'이 '애나'가 중국어로 자신의 인생사를 고백하는 장면에서 뭐라고 하는지 모르면서 '하오'와 '화이'를 반복했다. 그래도 '왕징'이 빌런이라는 건 '애나'의 눈빛을 통해 눈치챈 것 같다.
'훈'이 경찰차에 타고(아마 그런 것 같다), '애나'가 '훈'을 찾아 돌아다니는 모습이, <헤어질 결심>에서 '서래'를 찾아 돌아다니는 '해준'의 모습과 겹쳐 보여 인상 깊었다. <헤어질 결심> 후기는 아래 링크로.
2023.09.15 - [취미/영화] - <헤어질 결심> 재개봉 후기
돌아가는 버스에서 자기들끼리 또 상황극하면서 가더라. 현실에서 사랑이 안 되니까 상상으로 맞는 부분을 만드는 것 같아서 뭔가 안쓰러웠다.
엔딩 장면이 제일 좋았다. '훈'을 기다린다면 '애니'가 왼쪽에 앉았으므로 화면의 오른쪽을 비워둬야 하는데, '애나'를 오른쪽 맨 끝에 뒀다. 그리고 왼쪽 하단에 'late autumn'이라는 자막이 뜨면서 제작진 크레디트가 나타났다.
주변 소음과 '애나'가 커피 마시는 모습을 감상하다가, 크레디트가 끝났다. 그리고 '애나'가 "안녕, 오랜만이야"를 연습하는 것으로 영화가 완전히 끝나고, 진짜 배우 크레디트가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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