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생이 바빠 영화를 본 지 며칠이 지났음에도 곧바로 감상을 남기지 못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인상이 남을 만큼 강렬한 영화였다.
엔딩에서 '파워 오브 도그'가 직접적으로 명시되긴 하지만, '피터'가 개와 함께 노는 모습을 보면서도 '파워 오브 도그'를 느낄 수 있었다. '피터'는 파워 오브 도그를 피하지 않고 자신의 strongness를 숨기고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인물이다. 가장 서늘한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필'은 이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이 외강내유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성소수자(사회적 약자)로서 주변 사람들을 약자로 어떻게든 끌어내리려는 모습이 잘못되었기는 하지만, '피터'의 아버지처럼 그 사회상을 그대로 박아 넣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1925년 몬태나에서 동성애가 말이 될 거라 생각하는가?
'로즈'는 식당을 운영한다. '조지'를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아들과 둘이서 일했는데, '조지'와 결혼 후 일을 시키는 강자가 된다. '필'은 이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것이다. '피아노'와 '벤조'는 두 사람을 상징하는 가장 대비되는 사물이다.
'피터'가 훌라후프를 돌릴 때 뜬금없어서 좀 당황했는데, 스틸컷을 보면서 든 생각은 '피터'는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스타일인 것 같다. 숫기 없어 보이지만 의대생답게 건강을 챙기는 모양이다. '피터'는 외유내강을 넘어 음침한 면이 있는 것 같다. 아무리 의사가 적성에 맞는대도, 토끼를 죽이면서 감정의 요동이 없고, 엄마의 과음을 걱정하기보단 '필'을 해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듯이 보인다.
주지사 부부 또한 '필'과 달리 (종이꽃과 비슷한) 우산을 보고 귀엽다며 좋아한다. 왜 굳이 이들을 등장시켰을까? '필'이 약자를 괴롭히는 것뿐만 아니라 강자를 싫어한다는 것까지 캐릭터성을 부여하고 싶었던 것 같다.
장르에 로맨스도 포함이던데, '조지'와 '로즈'의 로맨틱한 장면은 극히 일부였고, 아마 '브롱코 헨리', '필', '피터'가 주요 로맨스가 아닐까 싶다.
후반부로 갈수록 내용이 절정에 달하지만, 복선이 많아 엄청난 반전이라고 느끼지는 않았다. 다만 서서히 차오르는 느낌이 아래 소개할 작품을 닮았다. 광활한 대지에서 믿음이 뿌리내릴 수 있을까.
우연히도 제시 플레먼스가 둘 다 등장한다. 요새 자주 보는 배우다. 넷플릭스에 자주 등장하네. <아이리시맨>, <이제 그만 끝낼까 해> 등 작품 선택이 탁월하다.
2023.10.29 - [취미/영화] - <플라워 킬링 문> 후기
2024.12.26 - [취미/영화] - <아이리시맨> 후기
2024.12.24 - [취미/영화] - <이제 그만 끝낼까 해> 후기
무언가 기억나야 할 게 있었는데... 싶었더니 서부극이 하나 더 있었다.
'취미 >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상천외한 헨리 슈거 이야기 외 3편> 후기 (0) | 2025.01.08 |
---|---|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피노키오> 후기 (0) | 2025.01.04 |
<언컷 젬스> 후기 (0) | 2025.01.03 |
<결혼 이야기> 후기 (4) | 2025.01.02 |
<하얼빈> 후기 (0) | 2025.0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