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에 사용된 타 저작자의 저작물들은 모두 리뷰를 위해, 이 작품을 추천하기 위해 사용했음을 밝힙니다.
바디 호러 장르. 고어한 걸 아예 못 보는 사람은 보지 말길 바란다. 나도 잘 못 봐서 종반부에는 안경을 빼고 봤다.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이 '이쯤 되면 끝이겠지' 싶었는데 상상도 못 할 끝까지 가는 영화라고... 나 또한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마 중장년이 되어 이런 연기를 시도할 배우는 세계에서 손에 꼽지 않을까. 데미 무어는 본인의 인생을 이 작품에 갈아 넣었다는 생각이 들 만큼 파격적인 시도를 했다. 연기도 좋았지만, 영화의 충격적인 연출과 스토리가 그녀를 더욱 대단한 배우로 만들어주지 않았나 싶다. <아노라>를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아카데미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어야 한다고 본다. 데미 무어는 <사랑과 영혼>, <어 퓨 굿 맨>에서 굉장히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바 있다. 보면서 '저렇게 예쁜 사람이 있나' 싶기도 했다.
2023.06.28 - [취미/영화] - <어 퓨 굿 맨> 재개봉 후기
<어 퓨 굿 맨> 재개봉 후기
'탑건'과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보다 훨씬 재밌었다. 물론 나는 톰 크루즈 특별전에서 이런 흥미진진한 영화만을 보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그래서 약간의 불만족은 있었지만, 이러한 배경을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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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렛 퀄리의 필모그래피를 보니 꽤 괜찮다. 데미 무어도 열연이었지만 마가렛 퀄리 역시 훗날에도 기억에 남을 파격적인 시도가 아니었나 싶다. 영화를 보면서, 너무 예뻐서 외모에 빠져들 뻔하다가 정신을 여러 번 다잡았다. 이 영화를 통해 나란 사람의 추함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이 영화에 나오는 모든 사람들, 모든 것들이 불쾌하게 보이도록 촬영한 것 같다. '하비'는 누가 봐도 불쾌한 남자다. 하지만 '엘리자베스' 역시 기억도 못하는 남자 동창의 추파에 자존감을 채우는 것을 보면 페미니즘만을 다루지는 않는다 할 수 있다. 이 점이 마음에 들었다.
'하비'는 '엘리자베스(늙은 나)'와 '수(젊은 나)'를 대상화하는 늙은 남자라는 점에서 극 중에서 가장 납작하리 만큼 불쾌한 존재다. 이름이 긴 게 싫다며 자신의 비서 이름을 '이사벨라'에서 '신디'로 바꿔 부르기도 한다. 어떻게 '수'는 이름이 또 한 글자다...
이 영화에 디폴트로 깔려 있는 미인('수'와 남자 간호사)에 대한 대우들의 묘사는 훌륭하다. 충격적인 장면이 너무 많아 이것들이 안 보일 정도지만, 꼭 의식했으면 좋겠다.

아직까지는 위 사진과 같은 설정들이 판타지에 가깝지만, '엘리자베스'처럼 돈/명예/외모 모두를 누려봤던 사람은 무엇에 결핍을 느낄까? 코난에 나오는 검은 조직처럼, 나의 유전자를 보전하기 위해 내가 이때까지 쌓아온 모든 것을 쏟아붓지 않을까.
의외라고 생각했던 설정은, 극중 '엘리자베스'는 돈을 많이 번 것 같다. 더 이상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으로 먹고살지 않아도 된다. 여기서 말하는 관심과 사랑은 내가 잘 알지 못하는 대중들일 것이다. 그런데 왜 '엘리자베스' 주위의 사적인 지인들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는가? 왜 가까운 사람이 한 명도 없는가? 만약 결혼을 하지 않는다면, 내가 몇 살까지 그저 '낭만적인 파트너'인 사람, 혹은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을까? 인생에 영원한 건 없고 손에 쥐려 발악하면 도망하는 것일까.
집에 있는 '엘리자베스' 대형 액자와, 창문 너머 '수'의 전광판은 서로 마주 보고 있는 구조다. 두 사람은 '수'가 태어나서부터 끝까지 경쟁 구도를 펼친다. 설정상 서로의 행동은 통제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더욱 서로가 하나라는 것을 잊고 산다. 내가 저 사람을 정면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결국 서로를 죽이는 것은 자살 행위인데, 어떻게 지금만 보고 말 그대로 내 척수까지 빼먹을 수가 있는가. 요즘에는 인간이 미래의 일을 위해 지금을 죽이는 것이 허무맹랑한 소리라는 생각마저 든다. 애초에 인간의 의지가 그렇게 되는 것이 불가능하고, 지금을 죽이는 것이 인생을 살아내는 것이 아닌 내 시간을 소모하는 것이라 본다.
러닝 타임 내내 노출 장면이 나온다. 혼자 보는 것을 추천한다. 내가 이때까지 본 노출 장면 중 가장 불쾌한 섹시함이었다. 카메라가 '수'를 훑는 시선은 철저한 성적 대상화의 관점이다. 우리 모두 습관적으로 남을/자신을 대상화한다. 사람을 물건으로 대하는 최근 영화가 한 편 더 있었다. 예술이 내가 의식하지 못했던(혹은 항상 느끼지는 못하는) 것들을 일깨워줄 때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2025.02.27 - [취미/영화] - <미키 17> 언택트톡 후기
<미키 17> 언택트톡 후기
*본 글에 사용된 타 저작자의 저작물들은 모두 리뷰를 위해, 이 작품을 추천하기 위해 사용했음을 밝힙니다.본격 을 안 본 자의 리뷰. 은 재미있게 보았다. 스포일러 없음.이 가장 많이 연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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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전야제에 괴물의 모습으로 출입이 가능할지 몰랐다. 장르에 필요한 만큼의 판타지가 포함되어 있다. 다른 예로는 '수'가 출생 등록이 된 인간이 아닌데 어떻게 노동 계약을 맺었는지 등... '엘리자베수'가 피를 뿌리며 그 유명한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BGM이 나올 때, 어쩔 수 없이 안경을 벗었다. 온통 피로 적셔진다는 점에서 <샤이닝>의 공포스러움이 새삼 느껴지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두 작품 다 스탠리 큐브릭의 것이다.
2023.04.30 - [취미/영화] -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재개봉 후기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재개봉 후기
오늘 무려 50년 전 영화 를 보고 왔다. 후기와 함께 쓸데없는 말도 많으니 읽기 전 참고 바란다. 다 보고 나서, 이해가 안 돼서 당황했다. 후기에 영화가 어렵다는 평을 보긴 했는데, 옛날 영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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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1 - [취미/영화] - <샤이닝> 재개봉 후기
<샤이닝> 재개봉 후기
공간의 스케치 능력이 매우 인상깊었다. 영화당에서 본 건데, 초반에는 호텔이 너무 넓어서 공포감을 주었다면, 나중에는 공간이 너무 좁아서 공포감을 느끼게 된다. 또한 호텔에 지내는 이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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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국에는, '엘리자베스'의 얼굴만 남는다. 그녀에게 정말 소중했던 것은 '뇌'도, '심장'도 아닌 얼굴 가죽이었다. 피가 안 나오니까 심장에 바로 주사를 꽂는 장면도 나온다. 그 얼굴 가죽이 '엘리자베스 스파클'이라 적힌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 plate에 기어가 그대로 소멸한다. 오프닝에서 '엘리자베스'의 사회적 몰락을 그 별 plate를 통해 그리는데, plate가 점점 낡고 깨어지다가 나중에 누가 케첩이 가득한 샌드위치를 흘린다. '엘리자베스'가 그 plate 위에서 소멸될 때에도 빨간 피가 남는다. 수미상관이다.
모두가 한 번 쯤은 보길 바란다. 나 또한 젊음을 뒤로한다는 것, 늙는다는 것이 두렵지만 그렇게 와닿지는 않는다. 하지만 늙고 외롭고 쓸쓸해질 때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이 영화를 통해 생각해 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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