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을 이기고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작품이라길래, 내심 기대했다.
2023.12.01 - [취미/영화] - <괴물> 후기
이 영화는, 한 마디로 설명하자면 '마피아 없는 마피아 게임'이다. 사건의 진실을 알려주지 않는다. 실제로 각본을 쓰면서 살인의 이유를 정해놓았는지도 의문이다. 심지어 대사 상으로 '사건의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몇 번 나온 걸로 기억한다. 진실보다 어떻게 보이는지, 어떤 게 남들에게 드러나는지를 2시간 30분 동안 보여준다.
CGV에서 관람했다. 위의 사진이 나온 '부부 포스터'를 받았다. 개인적으로 영화관 시그니처 굿즈(필름 마크, TTT, 오리지널 티켓, 아트 카드)보다는 A3 포스터를 더 좋아한다.
영화를 다 보고 난 뒤 이렇게 물음표가 많이 남은 영화는 처음이다. 우선 역대급 열린 결말이었다. 끝까지 '설마 아무것도 안 알려주는 건가?'하면서 봤다. 또한 각 등장인물이 입체적인 건지, 일관성이 없는(붕괴된) 캐릭터인지도 의문이다.
'다니엘'은 왜 첫 진술에서 거짓말을 한 걸까? 변호사는 사건의 진실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며, '산드라'와는 무슨 관계인 걸까? 재판이 끝난 후 변호인단과 왁자지껄 파티를 하는 '산드라'의 심리는 무엇일까? 검사와 변호사 모두 재판을 진행하면서 유도신문, 가정, 추측, 사실이 아닌 것을 바탕으로 너무 많은 말을 했는데, 법정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에게 설득력이 너무 떨어지는 것 아닌가?
프리타이틀 시퀀스가 좀 긴 편이었다. 처음에 계단에서 공이 '추락'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그 공을 개가 줍는다. '다니엘'은 물 속에 들어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개를 달래며 안으로 들어가도록 한다.
엔딩에서 조용히 크레딧이 올라가는 것도 이 영화다웠다. 나는 '산드라'가 범인인 줄 알았는데, 개가 가까이 다가가는 것을 보니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리뷰를 쓰면서 드는 생각은 이렇다. 죽은 자는 말이 없고, 이유야 어쨌든 죽음이라는 피해를 당한 사람이기 때문에, '산드라'가 계속 부부 관계에서의 잘못을 재판에서 변명하는 식으로 이야기가 흘러갔던 것 같다. 그 과정에서 '다니엘'은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그래도 부부의 추악한 면을 피하지 않고, 피하면 더 집착할 것 같다며 재판에서 하고 싶은 말을 다 한 모습이 제일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황금종려상까지 받을 작품인지는... 잘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괴물'과 아래의 작품들을 더 재밌게 봤다.
생각나는 영화들
재판 과정에서 부부 관계의 실상이 낯낯이 파헤쳐지는 모습은 오펜하이머의 청문회 장면을 연상시킨다. 두 영화 모두 질답 과정에서 관객이 피폐해지는 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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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영화인 줄 알고 '한 남자'와 비교해서 봤던 것 같다. '추락의 해부'와 대조적으로 '한 남자'는 소설이 원작이라 그런지 일본 소설 특유의 논리가 딱딱 맞는 쾌감이 있다. '추락의 해부'를 보고 좀 실망했던 사람은 '한 남자'를 보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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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음악이 매우 시끄럽다는 점에서 '어파이어'도 생각났다. '어파이어'에서 음악은 영화를 더 감각적으로 만들어주고, 비록 항의에 가깝긴 했지만 초면인 서로에게 말을 거는 시발점이 되었다. '추락의 해부'에서 음악은 관계의 단절, 질투, 사건의 진실에 대해 연막과 같은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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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집이 외딴 자연에 있다는 점에서 '여덟 개의 산'과 겹쳐 보였다. 이 별장을 직접 지은 것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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