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영화 두 개 보는 게 힘들어서 예매 취소하려 했다. 그런데 이동진 평론가님께서 만점을 주신 영화인 데다가, 다음에 가면 엽서 세트 못 받을 것 같아서 외출한 김에 본 <아이 엠 러브>. 역시나 <콜 미 바이 유어 네임>과 비교가 됐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2년 전쯤에 왓챠로 봐서 티스토리에 리뷰를 따로 쓰지는 않았다. 그때도 굉장히 감각적이고, 이 영화랑은 좀 다르게 장면 하나하나가 예쁘다는 생각을 했다.
만찬 장면으로 시작된다. 처음부터 많은 인물들이 나오고, 이름도 헷갈려서 익히는 데 조금 힘들었다. 다시 보면 조금 더 영화를 온전히 감상할 수 있을 것 같다.
초중반에는 문득문득 감각적인 장면들이 나오다가(머릿속 상상이 뒤섞임, 당황스러운 카메라 앵글, 화자와 화면의 불일치), 나중에는 혼란스러운 연출이 뒤섞이면서 마지막에는 응...? 하면서 영화가 끝났다. 사람들도 당황했는지 금새 영화관을 빠져나오지 못한 모습들이었다.
엔딩에 '엠마'와 '안토니오'로 보이는 사람들이 심연 속에서 사랑을 나누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너는 존재하지도 않았어.
사랑(가족 간의 애정)을 통해 나의 존재를 인식하던 사람이 남편이 아닌 사람을 사랑하고, 그것을 남편에게 고백하면서 존재의 혼란을 느끼는 것 같다. 특히 자녀와 자녀의 애인들의 성 정체성에서 오는 혼란 등이 겹쳐 영화가 전체적으로 정신없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처럼 두 사람을 중심으로 잔잔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는 아니다. 그리고 <콜 미 바이 유어 네임>보다 덜 대중적이다. 선정적인 장면도 너무 많고.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이 비오는 장면을 굉장히 잘 활용한다. 주인공의 혼란스러움(심란함)+슬픔+실망 등등 부정적/복합적인 감정들이 비가 내리는 장면으로 나타난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도 그렇고 이 영화도 그렇고 퀴어를 다루길래 소재로써 잘 활용한다고 생각했는데 감독이 실제로 동성애자였다... 이번에 개봉한 <챌린저스>보다는 <본즈 앤 올>을 더 보고 싶다.
'금지된 사랑'이라는 점에서 크리스티안 페촐트의 '열망'이 생각난다. 결말의 차이가 꽤 흥미롭다.
2023.09.10 - [취미/영화] - <열망> 재개봉 후기
사람을 사랑하게 될 때(방향성을 가질 때), 필연적으로 누군가에게 뒤를 보여야 한다는 점에서 '투 러버스'와도 닮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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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다 스윈튼이 케이트 블란쳇과 닮았고(얼굴과 고급스러운 분위기), 결말에 무너진다는 점에서 '블루 재스민'도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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