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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6> 네이버 시리즈온 후기

nerdite 2023. 9. 24.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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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다음 영화

네이버 시리즈온 무료 영화로 <2046 리마스터링>을 감상했다. 작년 초에 이어 두 번째 관람이다. 네이버 시리즈온 무료 영화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아래 링크로.

https://nerdite.tistory.com/entry/%EC%8B%9C%EB%84%A4%ED%95%84%EB%93%A4%EC%9D%B4-%EB%B0%98%EA%B8%B8-%EB%89%B4%EC%8A%A4-2%EA%B0%80%EC%A7%80

 

시네필들이 반길 뉴스 2가지

1.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전(CGV) https://www.instagram.com/p/CxemzPSv-X7/?utm_source=ig_web_copy_link 10월 4일 수요일부터 10월 17일 화요일까지 CGV 일부 극장에서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전'을 진행한다. '크리스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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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다음 영화

다시 봐도, 좀 많이 루즈하다. 많이 모호하다. 등장인물도 적지 않고, 내가 홍콩 배우들 얼굴에 익숙지 않은지라 헷갈리기도 했다. 

opening과 ending은 각각 '탁'과 '초우'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대사는 아래와 같다.

2046행 승객들의 목적은 딱 하나이다.
잃어버린 기억을 찾는 것.
그곳에서는 모든 것이 영원하기 때문이다.
이게 진실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되돌아온 사람이 없으니까.

2047년 6울 30일은 홍콩의 일국양제가 끝나는 날이라고 한다. 이 날이 지나면 홍콩이 어떻게 통치될지 모른다. 그래서 2046년은 지금의 홍콩을 사는 사람들에게는 영원히 남겨두고 싶은 기억이 된다.

출처: 다음 영화

 

추억은 항상 눈물을 부른다.

추억만이 가진 아련함이 있다. '슬픔'보단 '눈물'이 더 적절한 표현인 것 같다. 2046년 이후의 홍콩인들은 지금의 홍콩을 추억하며 눈물 흘릴까?

왕가위 감독 작품에는 유독 '영원', '기억'에 대한 (다소 과한) 감정이 실려 있다. 그게 이 감독의 스타일이긴 한데, 이번 작품에서는 호불호가 많이 갈릴 수 있다. 

'탁'은 2046을 떠나는 최초의 승객이다. 그가 2046을 떠나는 이유를 항상 모호하게 말했다고 한다. 영화에는 애초에 나오지도 않는다. '나는 늘...' 갖고 뭘 유추해. 많은 등장인물들은 나무 구멍에 비밀을 말하고 진흙으로 덮는다. 그러면 그 비밀이 영원히 묻힌다고 믿는다. 

출처: 다음 영화

1966.12.24

2046호가 준비되었지만, 나는 이미 2047호에 익숙해져 있었다.

'초우'는 싱가포르에서 홍콩으로 왔고, '바이 링'은 홍콩에서 싱가포르로 가고 싶어 한다. 2046년의 의미를 알아서인지, '초우(2047년)'와 '바이 링(2046년)'의 사랑은 뭔가 묘한 느낌을 준다. 

'초우'는 홍콩에서 '루루'를 만났다. 그녀는 곧 2046호에서 '땅에 내려앉은 적 없는 새'라는 'cc1966'에게 살해당한다. 저 별명은 '아비정전'에 나온 것 같다. 작년 초에 왕가위 작품을 몰아서 봐서 그런지 어느 작품에서 본 장면인지 헷갈린다. 그래서 셀프 오마주도 많을 텐데 reference를 모르겠다. 어쨌든 이는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았던 1966년과 2046년이 맞물려 역시 오묘한 느낌을 준다.

1967.12.24

'왕징웬 1967'은 일본인 남자를 사랑하게 된다. 그의 아버지는 결사반대하나 후반부에 보면 결국에는 받아준다. 진정한 짝에 대해 염세적이던 '초우'는 '왕징웬'을 사랑하게 되었지만, 그녀의 행복을 빌어주기로 한다. '화양연화' 결말과 맞닿아 있는 느낌이다. 이 사실 역시 영원히 묻어야 할 비밀이기 때문이다.

불경에 '천인오쇠'라는 말이 있지요.
아무리 하늘의 신이라도 문제가 생길 때가 있다는 뜻입니다.

'초우'의 소설 「2046」에서 인조인간이 너무 오래 여행을 하면 기능이 쇠퇴된다는 설정이 있다. '탁'은 인조인간 승무원을 사랑하게 되는데, 그녀가 함께 떠나자는 것에 대답을 하지 않은 것이 기능 쇠퇴가 아니라 다른 연인이 있었음을 깨달았다. '초우'는 자신을 '탁'에 대입하며 글을 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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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12.24

유독 담배 피우는 슬로모션이 자주 나온다. 영화 상의 시간으로는 1년에 한 번씩, 모든 등장인물마다 나오는 것 같다. 이 영화의 색감과 미장센이 주는 아름다움이 있긴 하지만, 이것 덕분에 더 루즈해진 것 같다. 이 영화가 러닝 타임이 긴 편은 아니지만, 왕가위 감독 영화 중에서는 좀 긴 편이다. 

 

사랑은 타이밍이다.
아무리 서로 사랑해도 인연은 엇갈릴 수 있다.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스쳤다면 우리의 인연은 달라졌을까?

100% 동의한다. 나는 그냥 인생이 타이밍이라고 생각한다. 조건과 맥락에 따라서 다 달라진다. 

10시간, 100시간, 1000시간 내내 '왕징웬 1967'은 가만히 밖을 바라본다. 그녀는 유독 기능 쇠퇴가 심한 인조인간이다. 그녀의 답은 무엇이었을까? 1시간, 10시간, 100시간, '초우' 역시 가만히 자신이 쓴 글을 바라본다. 

18개월 후, '초우'와 '바이 링'이 만난다. '바이 링'은 '초우'에게 가지 말라고 잡는다. 이 영화를 포함해 왕가위 감독 작품의 대부분의 인물들이 이렇게 과거에 매여 있는 모습을 보인다.

출처: 다음 영화

1969.12.24

'수리첸'은 과거에 묶여 있다. '초우'는 과거에서 벗어나면 다시 만나자(기억 잘 안 남)고 말한다. 사실 자신에게 하는 말이다. '초우'는 과거에, 과거의 연인에 묶여 있다.

사랑에 있어 대신은 없다.
나는 그녀에게서 옛 여자를 찾았다.
모란꽃이 활짝 피면 그녀는 가버린다. 
그녀의 답은 무엇이었을까?

이런 식으로 자막이 자주 나오는데, 이게 오글거려서 못 보겠는 사람은 왕가위랑 안 맞는다고 보면 된다... 이 방식 말고도 감정이 과하다 싶은 것들이 있다. '중경삼림'에서 비누와 대화를 한다거나 등등...

그는 돌아보지 않았다.
마치 길고 긴 기차를 타고
아득한 밤, 흐릿한 미래로 향하는 것 같았다.

아까도 언급했듯 2046년 이후 홍콩의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초우'는 과거를 돌아보지 않고 그 아득한 미래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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