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처음으로 디깅타임을 가 봤다. 포스터 주는 것 외에 다른 것은 없지만.. 매진이 빨리 돼서 C열에 앉았다. 생각보다 그렇게 보기 힘들다는 느낌은 없었다. 그리고 영화 시간이 되니 우리 쪽에 사람이 거의 다 예매 취소를 한 것인지 여유롭게 앉을 수 있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취소표를 노려서라도 디깅타임으로 봐야겠다. 물론 영악한 CGV는 굿즈 일괄 수령(n주차 현장 증정 이벤트, 디깅타임, TTT, 아티스트 굿즈 등...)을 막기 위해 날짜를 잘 배분하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지겨운 영화였다. 기대를 꽤 하고 봐서 그런지, 불친절하고, 겉모습으로는 양산형 영화와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아버지의 우울감에 몰입하여 부녀의 마지막 여행을 지켜보기에는 연출이 그것을 돕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굳이 바다와 수영장을 이용해 관객들에게 인위적인 애틋한 기억을 불러내려는 것 같아 별로였다.
아버지가 정신적으로 힘들다는 설정도 설득력있지 않았다. 누군가에게는 설명을 안 해줬다는 게 영화의 의도였다고 저절로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서양 감성을 못 따라가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리고 감독들은 성소수자를 영화에 넣지 않으면 안 되는 무언가가 있나? 이 영화를 이 점에 한해 욕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하지만 스스로를 성소수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이성애자 감독들에게 동성애를 감성 요소, 회색 지대를 다뤘다는 느낌으로 이용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그래도 이 영화를 추천하는 이유는... 호불호가 갈린다는 것을 알고 간다면 나처럼 실망하지는 않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는 엔딩의 연출이 이 영화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세히 설명하고 싶지는 않지만,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엔딩은 진짜... 굉장하다. 또한 아버지와 인터뷰하는 영상 내용을 두 번 나오게 한 것도 좋았다.
영화를 보기 전 꼭 알아뒀으면 하는 점은 캠코더 영상을 제외한 모든 것이 '소피'의 회상이며, '소피'가 어떻게 기억을 더듬어 가는지 카메라 시선의 질감을 느끼며 쭉 따라가다 보면 금새 시간이 지나있을 것(눈물을 흘리고 있을 수도...?)이라 생각한다. 앞에 부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다시 보면 또 다를 것이란 생각도 들고. 너무 감정이 메말라 있을 때 본 것 같기도 하다. 나중에 ott로 한 번 더 보는 걸로.
데뷔작으로는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훗날 자전적인 이야기를 다시 다뤄줬으면 좋겠다. 그때는 지금보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기대를 내려놓고 보겠다.
아버지 역 배우가 '운디네'의 남자 주연 배우를 닮았다. 그리고 엔딩이 매우 인상적이고, 물이 많이 나온다는 점에서 '운디네'를 추천한다.
2023.09.10 - [취미/영화] - <운디네> 재개봉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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