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했을 때 보고 싶었는데, 운 좋게 오랜만에 돌비 시네마에서 관람할 수 있게 됐다. 요 근래 주목할 만한 개봉작이 없는 상태에서 아직까진 독립 영화보단 재개봉 명작이 더 눈에 들어오는 것 같다. 물론 <더 배트맨>이 명작이라는 건 아니다.
오락영화로 보면 3시간 가까운 러닝타임이 지겹지 않고, 재미있다. 이때까지 본 3시간짜리 영화 중 가장 시간이 빨리 갔다. 이미 배트맨 스토리의 기본적인 설정은 다들 알고 있을 테고, 전에 봤던 배트맨 영화들과 겹쳐 보이는 것이 당연하다. 나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트릴로지'를 매우 매우 재밌게 봤기 때문에 <더 배트맨>이 좀..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셀레나와의 갑분 키스라든가, 빌런의 공격이 생각보다 세지 않았다든가(하지만 자기들끼리 스스로 뭉친다는 것은 볼 만했다), 고든이 본인의 권력을 남용하여 배트맨을 사건 현장에 투입시킨다든가, 팔코네와 펭귄 등 마피아 빌런들이 배트맨의 공격에 너무 쉽게 당한다든가, 불법 촬영 렌즈(?)가 너무 현실성 없게 느껴진다든가 등... 영화 자체는 긴데 시퀀스의 이음매와 도구의 설득력이 너무 형편없다. 내 기준에서는 설득력이 부족했다. 3시간이나 시간을 써놓고 말이다.
그래도 돌비에서 봐서 그런가 폭탄 터질 때, 배트모빌이 배기음을 내며 진동할 때의 쾌감이 매우 좋았다. 그리고 토마스 웨인의 실수, 리들러가 배트맨의 정체를 알고 있는지, 수수께끼 컨셉은 좋았다. 경찰과 마피아의 유착 관계도 나름 재밌었다. 토마스 웨인을 입체적인 인물로 만든 게 좋았지만, 그 밖의 인물들은 여전히 배트맨 서사를 위한 도구였다.
오락 영화로만 보면 볼 만하다. 다른 사람들 평을 보니 다 좋은데, 나는 내후년 즈음에 나올 <더 배트맨2>는 그때 가서 고민을 좀 해야겠다. 시간이 안 나면 미련 없이 안 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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