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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닝>에 이은 스티븐 킹 소설 원작 두 번째 영화이다.
영화 보기 직전에 시놉시스를 봤는데, 삼류 영화 느낌이 나서 볼까 말까 잠깐 고민했다. 그러다 이동진 평론가가 4.5점이나 준 것을 보면 겉모습에 속지 않는 편이 나을 것 같고, <쇼생크 탈출> 감독이길래 그냥 봤다.
처음부터 계속 삼류 영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가, CG에서 15년 전 영화라는 느낌이 확 들었다. CG가 지금처럼 감쪽같지는 않았다. 또 15년 후에는 완전 다르겠지. 너무 잔인하고 징그러운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이게 15세 이용가라니... 말도 안 된다.
처음으로 이 영화의 내용에 빠져들게 된 건 코모다 부인의 교주 행세부터였다. 마트 안 사람들이 점점 원시인처럼 되고, 종교과 정치가 등장하기 시작하는 게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다. 물론 엔딩 부분 빼고 말이다. 종교(특히 신에 대한 믿음)에 대한 비판이 너무 좋았다. 이동진 평론가도 당신이 종교학 전공이기 때문에 아마 이런 점을 인상깊게 봤을 것 같다. 사람이 힘든 상황일수록 이전에는 생각도 못했던 허무맹랑한 믿음(지푸라기)이라도 갖게 된다. 본인의 신념이 몽땅 흔들리는 일이 있었으니 오죽 하겠는가. 그 신념 체계를 나름 올바로 다잡고 나아간 주인공조차도 마지막에 최악의 선택을 하게 된다.
다만 코모다 부인은 자의적으로 이 사건을 해석하여 본인이 주의 뜻을 전하는 종이라고 생각하는 게 제일 문제다. 나도 얼마나 짜증났으면 올리가 코모다 부인에게 총을 쏠 때 통쾌함을 느꼈을까. 사람 죽는 것 보고 기분 좋아진 적은 처음이다.
사실 코모다 부인에게는 더 이상 성경이 중요한 게 아니다. 그냥 본인의 사고 체계가 '옳다'고 생각하고 싶을 뿐이다. 그리고 자신의 추종자를 모은다. 아니 도대체 어떤 주님께서 아이를 제물로 바치고, 칼로 사람을 찌르라고 했느냔 말이다. 그 변호사도 그렇고 편을 가르기 시작(정치)하면서부터 갈등이 일어났던 것 같다.
내가 근 1년 내 '이동진의 파이아키아' 채널에서 유일하게 안 본 영상이 '최고의 엔딩 모음'이었다. 오늘에서야 그 영상의 일부분을 보게 되었다. 결말은 정말... 허무하면서도 운명이라는 게 이렇게 간사할 수 있나 싶다.
[코스미시즘](https://en.wikipedia.org/wiki/Cosmicism)이란 '우주적 공포'로, 우리 인간이 우주 공간에서 무의미한 존재라는 생각을 말한다. 영화 후반에서도 나오듯 엄청 큰 괴물이 냐오는데, 그때 주인공 차를 밟을까 봐 노심초사했으나 그냥 지나가더라. 그때 이 영화의 주제 의식에 대해 생각해봤다. 인간은 우주 먼지 같은 존재고, 운명을 뒤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
위키백과를 쭉 읽어보다가, '운명론과 결정론의 차이'가 궁금해졌다.
- 공통점: 우리의 자유의지는 분명하지 않고 세상이 정해진 운동에 예속되어 있을 뿐이다.
- 차이점
- 운명론: 과학적 근거보다는 가설에 가까운 형이상학적 이론, "사건은 운명에 의해 결정되며 인간의 통제 밖에 있다"
- 결정론: 과학적인 근거로 이론을 제기하는 과학 이론, "사건은 이미 존재하는 원인에 의해 완전히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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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결정론: 사건이 우연에 의해 발생한다는 이론
약간 focus가 다른 것 같다. 운명론은 사건이 "운명"에 의해 결정된다고 하고, 결정론은 사건은 이미 존재하는 원인에 의해 "결정"된다. 직관적으로 봐도 '운명'보다는 '결정'이 좀 더 과학적으로 설명되기 쉬운 것 같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너무 잔인해서 좀 보기 힘들었으나 그래도 운명론과 숙명론의 차이에 대해서 대충이나마 알게 되고, '코스미시즘'에 대해서도 접할 수 있어 좋았다. 다만 괴물 소재 영화는 앞으로 다시는 안 볼 것 같다. 좋은 장르 체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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