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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영화

<다가오는 것들> 네이버 시리즈온 후기

nerdite 2023. 8. 4.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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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노라이츠에 검색해 보니 정액제로는 네이버 시리즈온, U+모바일TV, 씨네폭스에서만 지원한다. 대여는 웨이브와 구글 플레이 무비에서도 지원한다. 메이저 ott 중에서는 정액제로 감상할 수 없다는 뜻이다...

네이버 시리즈온 한 달 무료 체험 덕분에 이렇게 숨은 명작을 감상할 수 있어 영광이다(광고 아님). 네이버 시리즈온 구독자라면 이 영화와 <미스트>, <레버넌트>만은 꼭 보길 바란다. 그중에서 가장 추천하는 영화가 오늘 소개할 프랑스 영화 <다가오는 것들>이다.

출처: 다음 영화

대놓고 철학적인 영화다. 이런 영화는 처음이다. 완전 내 취향 저격이다.
또한 정말 오랜만의 프랑스 영화다. 

pretitle sequence(제목이 나오기 전 장면들)에서 주인공이 글로 쓴 내용 중 이런 게 자막으로 나온다.

타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가?

어떻게 보면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강하게 드는 의문 중 하나이다. 주인공은 남편의 마음, 파비앵의 마음, 자신의 현 제자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가?

출처: 다음 영화

주인공이 출근길에 읽는 책 이름이 '금전적 패배자'였다. 여기에도 함의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나도 그런 식으로 책 읽는 버릇을 좀 들이고 싶다.
그리고 프랑스 연금 개혁 시위를 벌이는 학생들을 지나 학교 안으로 들어선다. 주인공도 과거에는 이 학생들이나 파비앵처럼 급진적이던 시절이 있었다.

급진성을 가지기엔 내가 너무 늙었어요.

파비앵의 집에서 파비앵의 애인과 나눈 말이다. 늙은 것과 급진주의가 무슨 관련이 있을까. 그런데 흔히 보이는 경향성이기는 하다. 주인공의 남편도 우파로, 파비앵의 글을 보고 한소리하는 장면이 나온다.

신들의 국가가 있다면 그들은 민주적으로 통치될 것이다. 이토록 완벽한 정부는 인간에게 적합하지 않다.

수업 중 루소의 말을 나탈리가 학생들에게 읽어준 것이다. 이는 위에서 말한 정년 연령 연장(연금 개혁)과 관련있다. 나탈리도 그렇고 이 영화도 그렇고 철학적 질문을 많이 던지지만 답을 주려고 하지는 않는다. 우리나라 교육과 많이 다른 것 같다.

풀밭(?)에서의 수업 장면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진리는 논쟁의 여지가 있는가?

나탈리는 역사와 과학은 논쟁의 여지가 없다고 했고, 예술의 진정성은 시간이 결정한고 했다. 이 영화의 진정성도 시간이 지나면 나에게 더 가까이 다가오지 않을까.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출처: 다음 영화

내가 제일 주목한 것은 고양이 '판도라'이다. 주인공이 판도라를 애타게 부르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판도라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여자 이름이다. 열지 말아야 할 항아리를 열어 그 항아리에는 나머지는 다 빠져나가고 밑바닥에 희망만 남게 되었다는 이야기(정확히 맞는지는 모르겠다)는 아마 대충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영화에서 '판도라'는 희망의 상징인 것 같다. 후반부 수업 장면에서 "루소 같은 사람은 상상력이 좋아서 가상적 만족감, 그러니까 희망만으로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어떻게 보면 주인공에게 남은 것은 희망(판도라)뿐이었던 것.

영화 종반부에는 판도라마저 파비앵에게 보내주고, 가족과 식사를 하며 영화가 끝난다. 

이 영화는 참 건조하다. 주인공이 우는 장면이 몇 번 나왔지만, 창밖을 보든 혼자 침대에서 울든 펑펑 울지를 않는다. 그렇게 많은 것들이 다가왔는데도 말이다. 이 영화는 '희망만으로 살 수 있다'기보다는 '희망만으로도 살 수 있어야 한다'는 신조를 보여준 느낌이다. 주인공이 겪은 모든 일은 주인공이 어찌 할 수 없는 일이었고, 주인공은 그 와중에 모든 '다가오는 것들'에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인공의 things to come이 더욱 기대된다.

오늘 컨디션이 좀 안 좋아서 아쉬운데 좋은 날에 극장에서 봤다면 별 다섯 개가 전혀 아깝지 않은 영화다. 프랑스 배우는 전혀 몰랐는데 여주인공이 왠지 연기를 너무너무너무 잘한다 했다... 엄청 유명한 배우였다.

출처: 다음 영화


영화당을 보고 왔다... 
대사 하나하나에 철학적인 의미를 주체적으로 담을 수 있는, 내 생각보다 촘촘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브람스와 슈만 그리고 클라라의 관계 등등 철학이나 예술 관련 지식이 풍부한 사람이라면 인생 영화가 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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