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첫 영화로 직접 선정한 결혼 이야기. 왠지 스토리가 내 스타일일 것 같아 골랐는데, 배우들의 연기가 더 인상적이었던 영화다.
연출보단 대사, 주연보단 조연의 연기가 더 돋보여서, 전체적으로 완성도가 굉장히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에서 실제로 이혼을 대개 어떻게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혼 소송이라는 게 얼마나 사람을 피폐하게 만드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두 사람의 이혼 조정이 아닌, 변호사가 자신의 이득을 취하기 위해 상대방의 털끝 하나라도 잡으려 하는 게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이 영화의 핵심은 이혼 소송이 아니다. '니콜'은 LA, '찰리'는 뉴욕으로 대유되며, 둘의 싸움이 심해질수록 아들 '헨리'는 빼앗아야 할 것으로 대상화된다. 그리고 이혼 과정을 통해 '찰리'는 '니콜'이 LA를 포기했음을 알게 된다. 이혼을 하고 나서야 LA에서 다시 만난 둘. 우리의 결혼 이야기에서 유불리를 따지는 게 필요했을까. '니콜'은 이혼 소송에서 이겼지만, 시간과의 싸움에서 진 셈이다.
두 사람 모두 이혼 과정이 끝나고 나서야 서로가 암묵적으로 얼마나 양보했는지를 알게 된다. 서로를 너무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헤어지는 과정과 헤어진 후에 몰랐던 것을 많이 깨닫는 것이다. 또한, 사람은 기질만큼 환경도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두 사람은 이혼 중에 변하는 상대와 나의 모습을 보고 많은 눈물을 흘렸다.
'찰리'와 친했던 '니콜'의 엄마와 언니도 많이 멀어졌을 것이다. '헨리'는 부모님의 이혼으로 인해 '엄마 집', '아빠 집'이라는 개념을 배웠을 것이다. 서로 직업적 성취를 이뤘지만, 자신들의 결혼 이야기는 끝내 파경에 다다랐다는 것을 앞으로도 느끼지 않을까. 이혼은 나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연애의 끝은 결혼이 아니고, 결혼의 끝은 평생 행복도, 이혼도 아니다. 이 영화는 이혼 과정만을 그림에도 왜 제목이 <결혼 이야기>인가. 역설을 나타내는 것도 있겠지만, 두 사람이 이혼 과정에서 끊임없이 되돌아봤을 자신들의 marriage story.
<레볼루셔너리 로드>와 많이 비슷하다. 다만 <결혼 이야기>보다 더 혁명적이고, 결말까지 매우 충격적으로 전개되므로, 보는 재미는 더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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