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이제야 올린다. 현생이 그렇게 바쁘진 않았으나, 내 일상을 기록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현재를 놓치고 있는 것 같다. 어쨌든 영화 기록을 남겨야 기억에 남길 수 있으니 쓴다.
<위시>를 보고 디즈니플러스 7일 무료 이용권을 받았다. <로얄 테넌바움>과 <소울>에 이어 오늘은 <업>을 봤다. 다른 작품을 보기에는 <소울>이 너무 재미있어 결국 또 다른 픽사 명작을 보게 됐다.
2024.01.11 - [취미/영화] - <위시> 후기
2024.02.15 - [취미/영화] - <로얄 테넌바움> 후기
2024.02.16 - [취미/영화] - <소울> 후기
영화 초반부에는 너무 비현실적이라 좀 거부감이 들었다. 내가 동화에 빠져들 만한 감성을 갖고 있지는 않다.
그래도 빌런의 행태가 신선해서 마음에 들었다. 중간에는 '이게 픽사의 작품이라고?' 싶을 만큼 동화와는 벗어난, 기존의 빌런들보다 더 잔인한 모습이 나온다. 영화 초반에 '픽사 최고의 시퀀스'로 꼽히는 장면을 보고 나니 더욱 충격적이었다.
사실상 픽사의 충격 요법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칼'처럼 추억의 영속, '언제나 지금만 같기'를 소망하곤 한다. '칼'이 그토록 만나고 싶어 하던 '찰스 번츠'는 자신의 업적과 도요새에 집착하는 연쇄살인마이다. 어른들의 동화 같은 감성에 굳이 금을 가게 한 이유는 뭘까.
특히 영화 초반에는 '칼'이 '엘리'와 '파라다이스 폭포', 그리고 '집'을 자신의 인생의 전부로 여겼다. 사실상 모두 '과거'에 속한다. 추억에 묻혀 주변 강산이 모두 변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꼈던 것이다. 초반에는 그저 할아버지의 고집으로만 생각했는데, 어른들이 그 시절에 갇혀 사는 모습은 단순히 생각할 게 아니다. <짱구 극장판: 어른 제국의 역습>이 생각나기도 했다.
이때, 자신의 어릴 적(과거)과 닮은 소년 '러셀'을 만난다. 아이가 없던 '칼' 부부에게 미래와 같은 존재가 되었다. '칼'은 이번 여행을 통해 자신의 평생 동안 비어 있던 '파라다이스 폭포'에 대한 갈망을 그대로 비워 놓음으로써 충만히 채울 수 있었다. '러셀' 또한 아버지에 대한 결핍이 있었으나, 이번 여행을 통해 배지를 모두 가짐은 물론 마음속 아버지의 존재가 채워졌다. 이 장면을 보고 뭉클했다.
성격 형성 과정에서 누구나 '결핍'된 부분이 있다는 <소울>의 설정이 생각나기도 했다. <소울>과 같은 맥락에 있지만 <업> 이 훨씬 더 동화적이다. 풍선을 조종하는 것을 보고 너무 비현실적이라 몰입이 잘 안 됐다. 순수 동화와는 역시 안 맞는 것 같다. <소울>은 영혼을 표현했다는 점에서 <업>보다 더 감각적이다.
<업>과 <소울>을 보고 나니, 정말 재밌게 봤던 <엘리멘탈>이 오히려 실망스러워졌다. 또 영화 보는 눈이 높아진 것 같다. 좋은 건가?
2023.07.04 - [취미/영화] - <엘리멘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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