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톡을 봤다. 저녁을 포기하고... 봤다. 다행히도 A3 포스터와 언택트톡 엽서를 모두 받을 수 있었다. 16,000원이 아깝지 않았다.
영화 자체는 기대만 못했다. 하필이면 줄리안 무어가 나온 희대의 명작 '디 아워스'를 얼마 전에 보는 바람에... 리뷰는 쓰지 못했다.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았고, 한 번 더 봐야 리뷰를 쓸 수 있을 것 같다. 영화 이해가 잘 안 됐다.
배우들의 연기는 바로 얼마 전 보았던 <패스트 라이브즈>랑은 비교도 안 되게 좋았다. 다른 사람들은 <패스트 라이브즈>의 연기를 어떻게 봤는지 모르겠지만, 영화의 전체적인 느낌을 깎아내리는 느낌이었다. 애틋한 느낌이어야 하는데 대사 처리가 너무 어색하달까.
영화를 보는 내내 내가 어떤 감정을 느껴야 하는지 혼란스러웠다. 과하게 비장한 음악인데 기껏 나오는 대사는 '핫도그가 부족하네'... 사운드와 대사의 mismatch가 영화의 스토리마저 헷갈리게 했다. 실제로 진실이 무엇인지 모르기도 하고 말이다.
위 사진의 장면은 정말... 이 영화에서 최고의 연기 장면이다. 저 장면을 계속 보다 보니 줄리안 무어가 겹쳐 보이기 시작했다. 나탈리 포트만이 나오는 영화는 처음 보는데, 진짜 예쁘고 연기도 진짜 잘한다. 기대를 많이 했는데 그 이상이다.
'엘리자베스'가 점점 36살의 '그레이시'와 닮아가는 것에서 섬찟함을 느꼈다. '조'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는 부분에서 특히 그랬다.
영화를 볼 때는 워낙 혼란스러워서 몰랐는데, '조'가 키우는 나비 또한 상징적인 느낌이다. '조'의 취미(희귀종 나비 기르기)와 '글레이시'의 취미(사냥, 꽃꽂이)가 상반되기도 하고 말이다.
Some roles are transformative.
포스터에 있는 문구이다. '엘리자베스'는 외부인으로서 이 이야기(이야기? 삶?)를 탐구하다가 점점 '글레이시'가 되다가, 마지막에는 완전히 '글레이시'를 이해하는 데 실패했다. '조'는 이 이야기에 갇혀 살다가 점점 나 자신의 삶에 초점을 맞추게 되고, 영화에 나오지 않은 뒷이야기에서 새로운 결정을 할 것으로 보인다. '글레이시'는 거의 유일하게 영화 내내 role의 변함이 없다. 본인의 마음에 큰 요동이 없다. 죄의식이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영화에서 가장 혼란스럽게 만든 부분이다.
role의 변화 등장인물 level뿐만이 아니다. 보통 메이 디셈버라고 하면 남자가 나이 많은 쪽인데, 여기는 반대다. 남자가 자기 삶의 주도권을 잡으려고 한다는 점도 흥미롭다.
영화에서 길게 나오는 대사들 중에 인상적인 것들이 많다. 꽃꽂이하면서 두 여주인공이 나누는 대화나... 그런 것들을 유심히 생각하면서 영화를 보면 사운드와 분위기의 불일치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심연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세 주연 배우의 연기만으로도 볼 가치가 있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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