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를 맞아 오래간만에 보게 된 명작 영화. 드디어 <파이트 클럽>을 보았다. 세기말 감성과 함께 시대를 앞서나갔다는 평을 받는다.

오프닝 시퀀스는 굉장히 감각적이고 역동적이다. '내레이터'의 내레이션으로 영화는 시간순으로 가장 마지막 부분에서 시작하여 고환암 환자 모임으로 플래시백, 그리고 '말라'와의 만남으로 다시 플래시백 한다. '잭'은 자동차 리콜 조사관으로, 출장이 잦다. 스스로를 이케아의 노예로 칭하는 소비문화의 산물이다. 그러다 비행기에서 '타일러'를 만나면서 그의 인생은 완전히 변하게 된다.
사실 그의 직업과 환경, 그리고 그의 생각과 푸념들이 연결된 필연이 '파이트 클럽'이 아닐까 싶다. 처음에는 싸워야 한다는 규칙, '타일러'라는 캐릭터 자체가 남성성을 너무 과시하는 마초주의적 느낌이 강해 거부감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무소유를 때려서라도 가르치겠다는 '타일러'의 집념에 감화된 것인지, 점점 물들기 시작했다. 다만 청불 영화로서 생각하면 성인에게도 유해한 사상을 심어줄 수 있는 영화다. <파이트 클럽>이 인생작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피해야겠다.
'잭'이 '타일러'를 찾기 시작할 때부터 느낌이 오기 시작했다. '타일러'는 집착을 버리고 죽음의 공포마저 버리라고 말한다. 불교에서 말하는 무아(無我)와 무소유를 브래드 피트에게 다시 배우다니. 짜릿했다.
반면 기존 체제(자본주의, 소비주의)에 대한 반항 정신을 담은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을 비롯한 파이트 클럽의 일원들이 점점 '타일러'의 말에 복종하고, 그 안에서의 규칙들이 새롭게 생기는 게 굉장히 아이러니했다. '잭'보다 능력, 정력, 외모가 더 뛰어난 '타일러'를 그려놓고 영화 초반부터 관객들이 그를 선망하게 만드는 느낌이 있었는데, 역시 나도 문화의 틀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인간이라 그런가.
가장 오독의 여지가 있는 부분은 결말이라고 생각한다. '잭'이 '말라'의 손을 잡고 "우린 참 이상한 순간에 만났어"라는 식의 대사를 던지는 장면인데, 결국 사랑 타령으로 끝나는 것인지 회의감이 좀 들었으나, 웨스 앤더슨의 영화처럼, 연대로도 해석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자본주의 사회에서 신용 회사를 부숨으로써 원점(원시 사회?)으로 돌아가려는 것이, 현대 사회의 모든 것을 버리고 마지막에 남는 건 무엇인지 찾으려는 걸까?
여러 출처를 AI에게 물어보니 소비주의, 남성성에 대해 그린 영화임은 확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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