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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사탕> 후기

nerdite 2026. 4. 12.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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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생에 치여 살다가 오랜만에 보게 된, 그것도 한국 영화. 이창동 감독의 영화는 처음 봤는데, 그렇게 인상적이지는 않았다. 왓챠피디아에서 '보고 싶어요'한 영화 중 나의 예상 평점이 가장 높았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총 7개의 챕터이며, 시간 역행으로 흘러간다. 첫 번째 챕터는 '야유회'. 어릴 적 같이 놀던 친구들이 야유회에 오랜만에 등장해 깽판(?)을 친 '영호'. 그러고는 기찻길 위에 올라 그 유명한 "나 다시 돌아갈래~"를 외치고 다음 챕터로 넘어간다.

두 번째 챕터는 '사진기'. 야유회 날로부터 사흘 전인 1999년 봄이다. 첫사랑 '순임'의 남편이 찾아와 그녀가 모아두었다던 박하사탕과, 자신과의 추억이 담긴 사진기를 선물한다. 결국 첫 번째 챕터에서 인생이 망한 듯한 '영호'의 태도의 이유를, 시간의 역순으로 보며 알아가는 식이다. '영호'는 '순임'의 이름도 기억하지 못했다. 이를 볼 때만 해도 별로 중요한 인물이 아닌 걸까 싶었지만, 박하사탕이 곧 '순임'이고, 첫사랑이 곧 순수함이 아닐까 싶다.

<a href="https://pixabay.com/ko//?utm_source=link-attribution&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image&utm_content=4566899">Pixabay</a>로부터 입수된 <a href="https://pixabay.com/ko/users/ecoyou-18447/?utm_source=link-attribution&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image&utm_content=4566899">병덕 유</a>님의 이미지 입니다.

챕터 사이사이마다 기차에서 기찻길을 찍은 장면이 라와인드되어 나온다. 세 번째 챔터는 '삶은 아름답다'. 1994년 여름이다. 제목이 앞으로 펼쳐질 '영호'의 과거를 생각하면 아이러니하다. 한 식당에서 지인을 만났는데, '영호'는 그를 만났을 때만 해도 경찰이었으며, 지금은 사업을 하고 있다 밝힌다. 뭔가 어색한 느낌이다.

네 번째 챕터는 '고백'. 1987년 봄이다. 이 영화가 1999년에 개봉하였으니, 1987년 봄이라고 하면 그 누구든 518 민주화 운동을 떠올렸을 것이다. 이 챕터는 이전에 나왔던 그 지인이 '영호'가 경찰로서 고문을 시킨 사람이었으며, 첫사랑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풀리는 시점이기도 하다. '삶은 아름답다'는 말은 그 지인의 일기에서 나온다. '영호'는 결혼한 상태였지만, 첫사랑을 그리워하며 제삼자와 관계를 갖는다.

다섯 번재 챕터는 '기도'. 1984년 가을이다. 신참 형사로 그와 결혼할 '홍자'가 나오는 시점이다. '영호'는 '홍자'의 가게에서도 깽판을 치며 이미 한참 전에 타락한 모습을 보인다. 타락했지만, 1999년의 '영호'처럼 완전히 경제적으로 몰락하지는 않은 모습이다.

여섯 번째 챕터는 '면회'. 1980년 5월, '영호'가 군대에 있을 때이다. '순임'은 '영호'를 보러 왔지만, 계엄령 때문에 면회가 안된다고 했다. '영호'는 돌아가는 '순임'의 모습을 보게 되고, 그날 밤 여고생을 보고 풀어주는 과정에서 총을 잘못 쏘아 그 여고생을 죽이고 만다. 어떻게 보면 이것이 타락의 시작이 아닐까.

일곱 번째 챕터는 '소풍'. 1979년 가을의 일이다. 정말 순수한 '영호'와 '순임'의 모습이 등장한다. '영호'는 사진 찍는 일을 하고 싶다고 하고, '순임'은 박하사탕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고 한다. '영호'가 말없이 흘리는 눈물로 영화가 끝이 난다.


한국의 현대사를 리얼하게 그렸다는 면에서 많은 찬사를 받고 있는 영화다. 특히 21세기가 도래하기 직전에 나온 영화로, 시기도 적절했던 것 같다. 다만, '영호'가 시대가 만든 괴물이라고만 말하기는 힘들다. 그와 같은 시대에 살더라도 '순임'처럼 여전히 순수함을 가지고 살던 사람, 여전히 어릴 적 친구들과 야유회를 가지며 춤추고 노는 사람들이 곁에 있다. '영호'는 굉장히 지질하고 생각이 얕은 사람이다. 사회의 구조적 폭력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하수인으로 살 것인가, 외면하고 춤을 출 것인가. 이때의 시대 감성에 감응하기에는 내가 너무 늦게 태어난 것 같다. 영화를 보면서도 세대 차이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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