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영화

<해피 엔드> 후기

nerdite 2025. 4. 30.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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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증정 공지가 안 떠서 기다리고 있다가, 뜨자마자 개봉 날 첫 타임에 바로 예매했다. 시놉시스부터 시네필들의 5점 만점 대란이 예상된다. 

네오 소라 감독의 첫 장편 영화이고, 배우들도 대부분 초신인. 배우의 연기와 감독의 관록에 의지하지 않는 영화다. 차기작이 굉장히 기대된다.

출처: IMDB

카메라 워킹이 굉장히 노골적이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열린 결말이 아닌 happy ending이라는 의도적인 결말을 향해 달려간다. 여기서 카메라는 마치 '이걸 좀 보라'는 듯 움직인다. 

친구들이 머리가 크면서 고등학생으로서의 낭만이 아닌 현실의 목표를 좇는 모습을 보다 보면, 누구나 자신의 과거가 겹쳐 보이지 않을까 싶다. 포스터 문구에 나오듯이 지진이 일어나면(세상이 흔들리면), 이들의 우정이 흔들린다. 함께 음악에 열광하던 아이들 중 '코우'는 시위에 열광하게 된다.

넌 음악이 전부인 것 같지?
그럼 너는 길에서 소리 지른다고 세상이 변해? 어차피 죽을 거 즐기다 죽자.

흔들리는 일본 땅 위에 흔들리지 않는 빌딩을 세우려 노력하지만, 그럼에도 흔들리는 것들이 이 영화의 소재라 할 수 있다. 지진 가지고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니 신기하다.

나에게 중요한 건 무엇일까? 내가 하는 행동이 의미가 있을까(무언가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 관객 입장에서 속 시원한 결말은 아니지만, 이런 고민을 하면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는 것만으로 해피 엔드가 아닐까 싶다. 결국 '코우'도, '유타'도 종반부의 이루어진 나만의 결정으로 나를 둘러싼 것에 변화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한편, '코우'가 재일교포로 나오는데, 결정적인 교장실에서의 점거 농성에 김밥이 나온 게 굉장히 반가웠다. 네오 소라 감독 인터뷰에서 일본인이 1923년에 자행했던 조선인 학살과 관동대지진 사태에서 느낀 것이 많다고 밝힌 바 있다. 사람이 궁지에 몰릴 때 드러나는 차별적 태도, 부조리를 묵인하는 자연주의적 태도가 교장실에서의 점거 농성에서도, 관동대지진 사태에서도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리뷰에서 <태풍 클럽> 이야기를 많이 하던데, 작년에 시간이 났음에도 그다지 끌리지 않아 안 본 게 천추의 한이다...


아래는 조금이라도 연상되는 일본 영화들을 나열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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