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영화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언택트톡 후기(결말 포함)

nerdite 2024. 3. 24. 21:47
반응형

현생이 바빠서 시놉시스조차 보지 않고 무지성으로 예매한 언택트톡. 결국 관람 당일까지 감독 이외 아무런 정보도 모른 채 보게 됐다.

사실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드라이브 마이 카'를 보고 싶었는데 지금까지 못 봐서 하마구치 류스케의 신작을 꼭 보고싶기도 했다. 선과 악의 회색 지대에 대해 다룬 작품은 정말 많은데(이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는 수많은 영화들이 떠오른다), 과연 이 감독은 어떻게 그것을 표현할지.

출처: 왓챠피디아

오프닝은 조금 지루하기도 했다. devil does "not" exist. 다만 엔딩까지 보고 나면 결말의 카메라 움직임이 섬찟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카메라와 구도를 매우 잘 쓰는 감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타쿠미'와 '하나' 친구의 어머니들을 찍는 줄만 알았던 카메라가 '타쿠미'가 차에 타니 흔들린다. 차 뒤에 카메라를 달아놓고, 아이들이 차에게 길을 비켜주고 차가 유유히 떠나는 모습까지 후방 카메라로 보여주는 것이다. 언택트톡에서 언급하신 것처럼 관객의 직관과 불일치하는 카메라의 시점이 흥미롭기도 했다. 영화를 보면서 시종일관 깨어있는 느낌이, 요즘 슬슬 좋아지는 것 같다.

출처: 왓챠피디아

영화가 끝나고 나서 '응? 여기서 끝난다고?'하는 의문이 들다. 갑자기 '타카하시'를 왜 죽이는지, '하나'는 죽은 건지, 왜 혼자 벌판에 또 간 건지 궁금한 점이 너무 많았다. 사실 이런 영화가 좋다. 아예 열린 결말보다 사건이 벌어지고 이유를 설명 안 해주면 생각이 많아진다. 진정한 킬링 타임 영화가 아닐까.

장작 패는 장면도 소소하게 재밌었다. 청문회 장면에서는 담당자 직원 두 명이 '악'으로 보였는데, 두 사람의 인간성으로 깊게 들어가고, 또 엔딩을 보니 정말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자연의 구조와 사회의 구조를 체험할 수 있는 좋은 영화였다.


여담인데, 언택트톡 관객이 꽤 많았어서 빌런도 좀 있었다. 헛기침 빌런이랑 소곤거리는 커플... 역시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아무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이상한 사람들 정말 많다.

공식 개봉 직전이라 현장 증정이 없었다는 게 아쉽지만... 영화가 너무 좋았어서 다행이다.

 

반응형